베이지역에 살면서 누리는 가장 큰 혜택가운데 하나가 좋은 날씨입니다. 그런데 아주 맑은 날 자동차를 갖고 도로에 나가보면 아슬아슬하게 곡예운전을 하는 차들이 많이 눈에 띕니다. 출퇴근 시간도 아닌데 길이 막힌다 싶으면 영락없이 얼마 가지 않아서 사고차량들이 길 옆에 서있습니다. 아무리 보아도 사고 날 장소가 아닌데 대형사고가 난 경우도 종종 발견합니다.
날씨가 좋고 도로도 한적한 데 왜 사고가 날까요? 밴더빌트라는 분이 “트래픽(traffic,2008)”이라는 책을 출판해서 뉴욕 타임즈의 베스트 셀러에 오른 적이 있습니다. 이 책에서 저자는 운전습관과 교통사고의 원인 등을 운전자의 심리적 요인과 연관시켜서 분석하였습니다. 몇 가지 흥미로운 내용을 소개하면, 운전자들은 날씨가 맑고 도로가 한가해 보이면 기분이 좋아지면서 약간 방심하는 경향이 있답니다. 그러면 자신도 모르게 속력을 내게 되거나, 전화도 걸고, 음악도 듣고, 옆에 마음이 맞는 사람이 동승했다면 얘기꽃을 피우면서 정작 집중해야 할 운전에 소홀하게 됩니다. 이것이 사고의 원인이 됩니다. 운전하는 동안 3초의 방심이 사고로 이어질 확률이 그 어느 것보다 크답니다.
앞에 여성 운전자가 있을 때 자동차 경적을 더 크게 자주 울립니다. 그런 점에서 여성운전자들은 희생자인 셈입니다. 좋은 차가 있으면 경적을 쉽게 울리지 못한답니다. 시골이나 작은 도시에서는 경적을 울리는 회수가 현저하게 줄어듭니다. 반면에 뉴욕과 같은 대도시에서는 너도나도 경적을 울려댑니다. 시골에서는 행여나 아는 사람이 있을 까 조심하는 것이고, 대도시에서는 아는 사람을 만날 확률이 거의 없기에 마구 행동하는 것입니다. 인간이 참 간사합니다. 또한 아무리 경적을 크게 울린다고 앞에서 미적거리던 자동차 운전자가 양심의 가책을 받지 않습니다. 경적을 울리는 사람이나 그것을 당하는 사람이나 모두 기분만 상할 뿐입니다. 대부분의 경우, 경적을 울림과 동시에 자신도 모르게 욕설에 가까운 말을 내뱉습니다. 아뿔싸! 옆 자리에 고상한 분을 모시고 간다면 자신의 인격만 손상을 입은 셈입니다.
길이 막힐 때, 옆 차선의 자동차가 빨리 가는 것 같습니다. 얼른 차선을 바꾸어 보지만 다시 그 길이 막히고 이번에는 옛 차선의 차들이 잘 빠져나갑니다. 그때 운전자가 심리적으로 당황하게 되고, 이리저리 차선을 바꾼다면 그것은 교통사고의 원인과 직결됩니다. 저자는 여러 가지 연구결과를 인용하면서 길이 막힌 상태에서 차선을 바꾸는 것보다 자기가 서 있는 차선이 잘 빠지기를 기대하는 것이 더 현명하다고 조언합니다. 이 책에서 주장하는 것은 교통사고나 교통체증의 원인은 도로나 자동차에 있지 않고 운전자의 심리상태에 있다는 것입니다.
어디 운전만 그렇겠습니까? 인생길이 활짝 개이면 자신감이 넘쳐서 이 일 저 일에 손을 대다가 집중력을 잃을 수 있습니다. 반대로 실패를 거듭한다면, 그것을 만회하려고 허둥지둥 서둘다가 더 큰 수렁에 빠지기도 합니다. 운전자가 도로나 상대방을 탓하듯이, 환경이나 다른 사람들 심지어 부모나 가족을 탓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인생길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은 자신입니다. 남의 탓을 한다고 인생길이 좋아지지 않고, 서로 기분만 상할 뿐입니다. 인생의 차선을 자주 바꿀 필요도 없습니다. 끈기를 갖고 차분하게 주어진 인생길을 운전해 가는 것이 최선이자 가장 빠른 지름길입니다.
그 다음에는 우리가 걷는 인생길을 하나님께 맡기는 것입니다. 하나님께 맡기고 가는 인생길이 가장 행복한 길임을 믿기 때문입니다.:”너의 길을 여호와께 맡기라. 저를 의지하면 저가 이루시고 네 의를 빛같이 나타내시며 네 공의를 정오의 빛같이 하시리로다.”(시편37:5-6)
[2010년 6월 4일 SF 한국일보 종교칼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