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궤가 화근

오늘은 종려주일입니다. 예수님께서 구약성경의 예언대로 아무도 타지 않은 나귀를 타고 예루살렘에 들어가십니다. 이스라엘이 그토록 기다리던 메시아이심을 세상에 나타내 보이신 것입니다. 이미 예수님의 명성을 들은 예루살렘 사람들은 종려나무를 들고 “호산나 (구원하소서)”를 외치면서 예수님을 맞이했습니다. 그들은 예수님께서 로마 정권을 물리치시고, 이스라엘을 구원하시고 다윗 왕국을 다시 세우실 줄 알았습니다. 영광과 승리의 주님을 기대한 것입니다. 며칠 뒤, 이들 가운데 많은 사람은 예수님께서 아무런 반항도 하지 않으시고 십자가에 달리시게 된 것을 보면서 예수님을 향해서 저주를 퍼붓는 폭도로 변했을 것입니다.

 

종려주일부터 부활주일까지의 기간이 고난주간입니다. 예수님께서 온 인류를 죄와 죽음에서 구원하기 위해서 고난을 받으시고 급기야 십자가에 달려 죽으신 것을 묵상하고, 우리도 예수 그리스도의 고난에 참여하는 주간입니다. 그동안 교회는 고난주간을 보내면서 경건의 훈련에 힘썼습니다. 특별히 기도에 힘쓰면서 사순절을 마무리했습니다. 고난 주간에 맞는 금요일은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죽으신 성금요일 (The Good Friday)입니다. 우리 교회는 따로 모이지 않지만, 샌프란시스코 교회 연합회에서 부활절 새벽예배와 함께 성금요일 예배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2016년 사순절이 끝이 납니다. 그리고 부활주일을 맞이합니다. 죽음을 이기고 살아나신 예수님께 찬양과 경배를 드리고 세상에 “주님께서 살아나셨습니다 (He is risen)”라고 알려주는 예배입니다.

 

예수님께서 잡히시기 직전에 제자들과 마지막 유월절 만찬을 하셨습니다. 예수님께서 떡과 포도주를 제자들에게 주시면서 그것을 먹을 때마다 자신들을 위해서 몸을 주시고 피를 흘리신 예수님을 기억하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웃옷을 벗고 대야에 물을 떠 오셔서 제자들의 발을 씻겨 주시면서, 제자들도 예수님처럼 서로 섬기라고 부탁하셨습니다.

 

그 자리에는 예수님을 팔은 가룟 유다도 있었습니다. 그는 제자들 가운데 돈궤를 맡았습니다. 불과 며칠 전 마리아가 예수님 발에 향유를 붓자 그 돈으로 가난한 사람을 돕는 것이 낫겠다고 했던 장본인입니다. 그런데 요한복음에서는 그가 가난한 사람을 생각한 것이 아니라 향유를 팔아서 돈을 챙길 생각을 했다고 알려줍니다. 심지어 가룟 유다를 도둑이라고 말할 정도입니다. 이렇듯 돈에 밝은 가룟 유다에게 사탄이 들어가서 예수님을 팔게 하였습니다.

 

예수님은 유월절 만찬 자리에서 제자들 가운데 한 명이 자신을 팔 것이라고 경고하셨습니다. 떡 한 조각을 적셔서 가룟 유다에게 주면서 경고하셨고, 그가 다시 돌아오길 기대하셨습니다. 하지만 이미 사탄에 조종을 받은 가룟 유다는 뜻을 돌이키지 않았습니다. 사탄의 간교함과 능력이 3년을 섬기던 스승을 팔아먹도록 유다를 유혹한 것입니다. 급기야 “네가 하는 일을 속히 하라”고 예수님께서 말씀하면서 포기하십니다. 유다는 예수님으로부터 떡 조각을 받고 뛰쳐나가서 예수님을 팝니다. 사탄에 넘어간 것입니다. 사탄은 가룟 유다가 가장 관심을 갖던 돈을 통해서 들어왔습니다. 강점이 약점이 될 때가 있습니다. 그곳에 사탄이 임해서 하나님을 거역하게 합니다. 깨어 있어야겠습니다.-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