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길

좋은 아침입니다.

 

1.

요즘 베이지역 날씨는

이보다 더 좋을 수 없을 정도로 참 좋습니다.

 

올겨울에는 엘니뇨의 영향으로

비가 충분히 왔기에

어느 해보다 만물에 생기가 돕니다.

 

아기 손처럼 연두색으로 나온 새싹들을

손끝으로 만져보면 촉촉한 생명의 기운을 느낍니다.

 

저는 사계절 가운데

봄을 참 좋아합니다.

 

겨울잠을 깨고

새싹이 돋고, 새잎이 나오는 것을 보면서

“살아 있었구나”라는 탄성과 함께

생명의 신비를 경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2.

무엇보다

우리 기독교인들에게 봄은

부활의 계절입니다.

 

낮과 밤이 같다는 춘분(春分)이 지나고

첫 번째 보름까지 지난 후에

맞이하는 주일이 부활절입니다.

 

창문 틈으로

맑은 밤하늘에 반을 조금 넘긴 달님이 보입니다.

부활절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죄와 죽음을 이기시고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나는 것도 봄이 주는 축복입니다.

 

죽을 수밖에 없는 우리에게

영원한 생명을 주신 부활절이 봄에 있다는 것이

커다란 은혜입니다.

 

3.

늘 그렇듯이

분주한 일상에 빠져있으면

봄이 우리 곁을 지나가는 것을 느끼지 못할 수 있습니다.

 

아무리 바빠도

주말에 잠시 시간을 내서

베이지역의 봄을 만끽하시면 어떨까요?

 

봄 길을 걸으면서

자연 속에서 일하시는

창조주 하나님을 만나고 느끼는 것입니다.

 

제가 좋아하는 정호승 시인의

<봄길>이라는 시입니다.

 

****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있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되는 사람이 있다

스스로 봄길이 되어

끝없이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

강물은 흐르다가 멈추고

새들은 날아가 돌아오지 않고

하늘과 땅 사이의 모든 꽃잎은 흩어져도

보라

사랑이 끝난 곳에서도

사랑으로 남아 있는 사람이 있다

스스로 사랑이 되어

한없이 봄길을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

****

 

저는 이 시를 읽으면

예수님이 생각나고,

예수님을 믿는 우리의 모습이 떠오릅니다.

 

예수님과 더불어 봄길을 걸으시는

참빛 식구들을 눈에 그려봅니다.

 

주께서 생명의 길을 내게 보이시리니

주의 앞에는 충만한 기쁨이 있고

주의 오른쪽에는 영원한 즐거움이 있나이다 (시편 16:11)

You make known to me the path of life;

in your presence there is fullness of joy;

at your right hand are pleasures forevermore. (Psalms 16:11)

 

하나님 아버지,

봄 길을 걸으면서

부활의 주님을 묵상하고

우리 안에 생명의 능력이 임하는 것을 경험하게 하옵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하목사 드림

(2016.3.17 이-메일 목회 서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