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어려운 것이 인간관계입니다. 대부분의 관계가 처음에는 좋게 시작하지만, 마지막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기독교는 어떤 면에서 관계의 종교입니다. 하나님께서 사람을 만드신 것도 인간과 교감을 나누기 위함이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아담과 이브가 에덴동산에서 하나님과 교제하고, 동산 한 가운데 있는 생명 나무와 선악과 나무를 보면서 하나님을 예배하기 원했습니다. 그런데 선악과를 따먹으면서 하나님과의 관계가 깨졌습니다. 그러니 처음에 좋았던 관계가 뒤에 가서 망가지는 것은 하나님을 거역하고 타락한 인간의 본성일 수 있습니다.
그동안 배웠듯이 빌립보 교회의 교인들도 하나님과 지속해서 좋은 관계를 유지한 사람들과, 자신의 집착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하나님은 물론 성도의 관계까지 흩트려 놓은 사람들로 나누어졌습니다. 바울은 복음 안에서 좋은 관계를 보여준 교인들을 향해서 나의 기쁨이요 면류관이라고 찬사를 보냈고, 하나님과의 관계에서 빗나간 사람들을 생각하면서 흐느껴 울었습니다. 이처럼 아름다운 관계는 사랑이 넘치는 살맛 나는 세상을, 깨지고 부서진 관계는 자신은 물론 주위 사람과 공동체까지 추하게 만듭니다.
오늘 본문에 나오는 유오디아와 순두게는 바울을 도와서 빌립보 교회를 세웠던 여성들입니다. 유오디아라는 이름은 “행복한 인생길”이라는 뜻이고 순두게는 “풍족하다”라는 뜻입니다. 그들의 이름만큼이나 각자 형통한 삶을 살다가 예수님을 믿고 바울과 더불어 빌립보 교회를 세웠을 것입니다. 과유불급이라고 했듯이 어느 순간에 이들의 관계에 금이 간 것 같습니다. 서로 생각이 달랐고 자기 생각을 강하게 주장하면서 교회 공동체에 해를 입혔습니다.
바울은 유오디아와 순두게를 향해서 앞에서도 부탁하였듯이 “주안에서 같은 마음을 품으라”(4:3)고 권면합니다. 또한 빌립보 교회를 향해서도 이들이 하나 되는 데 도움을 주길 부탁합니다. 빌립보 교회에는 바울과 멍에를 같이하는 신앙의 동지가 있었습니다. 신앙의 동지가 누구인지 확실하지 않지만,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된 교회를 가르칠 수 있습니다. 빌립보 교회에는 글레멘드를 비롯한 바울의 동역자들도 있었습니다. 유오디아와 순두게로 인해서 갈라지고 혼란스러워진 교회를 가슴에 품고 눈물로 기도하면서 공동체를 세워가는 귀한 인물들입니다. 그들의 이름이 생명책에 기록되는 복을 누릴 것입니다.
교회는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있습니다. 하지만 그리스도의 공동체는 같은 마음을 갖고 같은 길을 가야 합니다. 교회를 세우고 신앙생활을 하면서 문제가 생길 수 있지만, 최선을 다해서 해결하고 한 마음으로 그리스도의 몸 된 교회를 세워가는 것입니다. 생명책에 이름이 기록된 하늘나라 시민이라는 자긍심을 갖고 하나님 백성에 걸맞게 멋진 공동체를 세워 가기 원합니다.-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