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목

좋은 아침입니다.

 

1.
지금으로부터 560년 전인 1463년
이탈리아 피렌체 대성당은
아고스티노 두치오 라는 조각가에게
성단 바깥쪽 벽을 장식할 다윗상을 만들어 줄 것을 의뢰했습니다.

 

아고스티노는
채석장을 직접 찾아가서 5.5미터 길이에
11톤이 넘는 돌을 선정했습니다.
이 돌을 피렌체까지 옮기는 데 자그마치 2년이 걸렸습니다.

 

그런데 돌을 갖고 다윗상을 만들기로 한 아고스티노는
돌의 모양만 이상하게 만들어 놓고 중간에 해고됩니다.

 

11톤이 넘는 큰 돌은 애물단지가 되어서
1501년 스물여섯 살의 청년 조각가 미켈란젤로가 나타나기까지
40년 가까이 성전 뜰에 방치되어 있었습니다.

 

미켈란젤로는 3년에 걸친 작업 끝에
역사상 가장 유명한 조각상 가운데 하나인
5미터가 넘은 다윗상을 완성합니다.

 

2.
미켈란젤로의 다윗상은
다윗이 골리앗과의 전투에 나가는 모습입니다.
하나님 외에 믿을 것이 없음을 강조하기 위해서
벌거벗은 다윗을 조각했을 것입니다.

 

왼손으로 물매를 어깨 뒤로 감추었고,
오른손에 물맷돌이 든 주머니를 꼭 쥐고 있습니다.
다리는 당시의 기법을 살려서
골리앗을 향해서 나가는 모습을 극대화했습니다.
긴장한 다윗의 표정에서 비장함이 느껴집니다.

 

다윗이 준비한 물맷돌만 효력을 발휘한다면
다윗의 승리는 떼놓은 단상이었습니다.
칼을 들고 있는 골리앗이 근접 전투만 가능했다면,
다윗은 거인 골리앗에게 접근하지 않고도 물맷돌을 던져서
커다란 과녁 골리앗을 넘어뜨릴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다윗의 기발한 전투 방식에 하나님이 함께하시니
골리앗은 다윗의 적수가 될 수 없었습니다.

 

미켈란젤로는 이렇게 골리앗을 향해서 나가는
다윗의 비장한 모습을 조각했습니다.

 

3.
채석장의 큰 돌이
미켈란젤로에 의해서 다윗상으로 거듭나기까지
수십 년이 필요했습니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산처럼 큰 돌을 보고 지나쳤을까요!
애초에 불가능한 일을 벌였다고 한마디씩 했을 것입니다.

 

그때 이십 대 중반의 조각가 미켈란젤로는
커다란 대리석 속에서 골리앗과 싸우러 나가는
다윗의 모습을 상상했고 그것을 작품으로 완성했습니다.

 

고난주간을 지내면서
부활절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혹시 부활이라는 엄청난 자원이
피렌체의 큰 돌처럼 우리 신앙과 삶에 방치되어 있지는 않은지요?

 

말과 생각으로는 부활을 믿는다고 하지만,
예수님의 부활 속에서 하나님 나라를 상상하고
그 꿈을 펼치는 그리스도인이 얼마나 될까요?

 

부활 속에 숨겨진 놀라운 생명의 능력을 경험하고
그것을 세상에 드러내기를 원합니다.
부활을 살고 싶습니다.

 

예수님, 죽음을 이기고 부활하셨습니다.

 

이 예수를 하나님이 살리신지라. 우리가 다 이 일에 증인이로다 (행2:32)

 

하나님,
부활을 살게 하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하 목사 드림.
(2023. 4. 6 이-메일 목회 서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