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과 겨루어 이긴 자, 야곱 (2)

장자권

 

형 에서의 발뒤꿈치를 붙잡고 태어난 야곱은 장자권을 형에게 빼앗겼다는 마음을 갖고 살았습니다. 당시의 장자권은 아버지 재산을 상속받는 권리를 가리켰습니다. 장자에게는 다른 자식들에 비해서 두 몫을 주었으니, 에서는 아버지 재산의 3분의 2를 갖고 에서는 3분의 1만 갖게 됩니다. 자식이 많으면 커다란 차이가 없지만, 야곱과 에서처럼 자식이 둘인 경우 두 배를 갖는 장자의 몫이 클 수밖에 없습니다.

 

또한 첫째 아들은 가족을 대표하게 됩니다. 나중에 이삭이 늙어서 자식을 축복하려고 할 때 야곱이 아니라 에서를 부른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어머니 태중에서부터 형과 싸웠는데 태어나보니 자신은 둘째였고 실제로 형 에서에 비해서 자기 몫이나 권한이 작은 것에 늘 아쉬워하며 살았을 것입니다. 태어나 보니 그 차이가 너무 큰 것입니다.

 

에서는 건장한 청년으로 자라서 사냥에 능숙한 들사람이 됩니다.  아버지 이삭은 에서가 사냥해 온 고기를 좋아했기에 에서를 사랑했습니다. 야곱은 “조용한 사람”이어서 대개  장막에 거주했고 어머니 리브가의 사랑을 받았습니다. “조용한 사람”에 해당하는 히브리어 <탐>은 흠이 없고 완전하다(integrity)는 뜻도 있습니다. 우리가 알다시피 야곱에게 흠이 없다는 말을 붙이기가 어려워서 조용한(quiet) 사람 또는 단순한(simple) 사람이라고 번역한 것 같습니다. 들사람인 에서와 대조해서 온순한 집사람이라는 뜻도 있습니다. 쌍둥이로 태어났는데 야곱과 에서의 성품이 완전히 달랐습니다.

 

야곱이 장막에서 죽을 쑤고 있는데 사냥하느라 기진맥진해서 돌아온 에서가 거의 죽게 되었으니 죽(soup)을 달라고 부탁합니다. 우리 성경은 “붉은 것”이라는 표현에서 팥죽이라고 번역했습니다(34절). 또한 붉다는 것은 에서가 태어났을 때 그의 몸이 붉은 것과 관련이 있습니다. 훗날 에서의 후손들이 에돔(“붉다)”)이라는 나라를 세웠습니다.

 

“그 붉은 것”이라는 구절에 해당하는 히브리어 본문을 그대로 옮기면 “붉은 것, 붉은 것 바로 그것”이 되는데 에서가 허겁지겁 죽을 달라고 부탁하는 행동이 그의 말에 그대로 나타납니다. 서두르는 에서와 달리 야곱은 매우 침착합니다. 에서의 요청을 잠깐 멈추게 하고 “형의 장자 명분을 오늘 내게 팔라”(31절)고 형과 거래를 시작합니다. 이 시간을 기다리며 늘 기회를 엿보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에서는 당장 음식을 먹고 힘을 얻는 것이 중요합니다. 장차 그에게 유익을 끼칠 장자의 명분을 무시합니다:“내가 죽게 되었으니 이 장자의 명분이 내게 무엇이 유익하리요”(32절). 지금 죽는다면 장자의 명분은 아무 소용이 없으니 에서의 말이 맞지만, 사냥해서 굶어 죽는 법이 없기에 오늘 본문은 에서가 장자권을 가볍게 여겼다고 깔끔하게 정리합니다(34절). 에서는 맹세까지 하면서 장자권을 야곱에게 팝니다. 큰 실수를 하고 말았습니다. -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