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삭의 축복
이삭이 나이가 들어서 눈이 어두워졌습니다. 생을 마감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한 이삭은 맏아들 에서를 축복할 작정입니다. 고대 사회에서의 축복은 대개 장자에게 돌아갔습니다. 그러니 이삭이 에서를 축복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특히, 창세기에서 축복은 하나님께 받은 약속을 후대에 전수하는 사건입니다. 믿음의 조상 아브라함은 그 후손이 바다의 모래처럼 하늘의 별처럼 많아지고 세상에서 복이 될 것이라는 약속을 받았습니다. 아브라함의 약속이 이삭에게 전수되었고, 이제 이삭은 자신이 사랑하는 맞아들 에서에게 전하려는 순간입니다.
이삭이 에서를 불러서 사냥해서 별미를 가져오면 자신이 축복하겠다고 말합니다. 그것을 부인 리브가가 들었습니다. 리브가는 에서가 사냥을 나간 틈에 서둘러 야곱을 부릅니다. 염소 두 마리를 갖고 오면 이삭이 좋아하는 별미를 준비할 테니 에서인 척하고 아버지 이삭에게 가서 축복을 가로채라는 것입니다. 야곱은 어리둥절했습니다. 아버지가 아무리 나이가 들고 눈이 어두워졌어도 자신을 알아 볼 것입니다. 게다가 형은 털이 많고 자신은 그렇지 않습니다. 만약, 발각되면 야곱은 저주받고 집에서 추방될 수도 있습니다. 리브가는 모든 책임을 자기가 질 테니 서둘러서 아버지 이삭에게 들어가서 축복받으라고 재촉합니다.
야곱이 리브가가 준비해 준 음식을 갖고, 에서의 옷을 입고, 목과 팔에 염소 털을 붙이고 이삭에게 갑니다. 자기가 에서인 척하면서 아버지를 속입니다. 눈이 어두워진 이삭은 의심하면서도 에서라고 생각하고 야곱을 축복했습니다. 팥죽을 주고 장자권을 산 야곱이 실제로 형 에서에게 가는 축복까지 가로챈 것입니다.
사냥에서 돌아온 에서가 아버지 이삭을 찾아 가지만, 축복은 이미 야곱에게 돌아갔습니다. 돌이킬 수 없습니다. 그만큼 축복이 중요했습니다. 에서가 분노합니다. 아버지 이삭은 몸을 떨 정도로 충격을 받았습니다. 에서는 아버지가 죽으면 야곱의 목숨을 빼앗겠다고 말합니다. 축복은 기쁜 일인데 그것이 이삭의 가정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게 했습니다.
야곱이 형의 축복을 가로챈 것은 불편한 사건입니다. 게다가 네 식구의 입장이 제각각입니다. 아버지 이삭은 부인 리브가와 둘째 야곱에게 철저히 속았습니다. 팥죽 한 그릇에서 장자권을 팔아버렸던 에서는 장자에게 돌아오는 축복도 받지 못했습니다. 어머니 리브가는 야곱이 아버지를 속이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이 사건 이후로 리브가는 창세기 본문에서 등장해서 활동하지 않습니다. 장자의 축복을 받은 야곱은 외삼촌 집으로 몸을 피하고 험한 세월을 삽니다.
본문을 읽으면서 마음이 불편할 수 있고, 작은 자가 큰 자를 다스릴 것이라는 하나님의 계획이 이루어지는 것에 전율을 느낄 수도 있습니다. 이삭과 에서, 리브가와 야곱의 입장이 되어서 본문을 꼼꼼히 읽어 보시기 바랍니다. “만약에”라는 질문이 본문을 이해하는 열쇠가 될 것 같습니다. -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