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의 식물들 (5): 여러 가지 나무

이스라엘 백성들은 일곱째 달 보름에 초막절을 지켰습니다. 우리 식으로 하면  9-10월입니다. 이집트에서 해방된 이스라엘이 40년 동안 광야 생활을 했던 것을 되새기는 절기입니다. 광야 40년 동안 하나님께서 입히고 먹이셨습니다. 불기둥과 구름 기둥으로 인도하셨습니다. 그때 임했던 하나님의 은혜를 기억하는 기간이었습니다.

 

초막절에는 일주일 동안 나뭇잎 등으로 초막(텐트)를 짓고 지냈습니다. 초막절을 장막절이라고 부르는 이유입니다. 수장절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그것은 이스라엘의 가을 추수와 관련이 있습니다. 이처럼 초막절은 이스라엘이 이집트에서 나오던 때를 기념하는 유월절, 보리 추수를 감사하는 맥추절 (오순절)과 함께 구약시대의 3대 절기였습니다.

 

오늘 본문은 이스라엘이 바벨론 포로에서 돌아온 후에 예루살렘 성을 다시 구축하고 남녀노소 모든 백성이 수문 앞 광장에 모여서 모세의 율법을 읽고 말씀의 은혜를 나누는 장면입니다. 제사장이자 성경 학자였던 에스라가 앞에 서서 모세의 율법을 읽습니다. 바벨론 포로기에 태어난 2세들을 위해서 통역을 하고, 말씀의 은혜를 경험한 백성들은 “아멘”으로 말씀을 받고 감격의 눈물을 흘립니다. 70년 바벨론 포로 생활에서 겪었던 어려움을 말씀을 통해서 위로받고 힘을 얻는 시간이었습니다.

 

느헤미야는 눈물을 멈추지 못하고 슬퍼하는 백성들을 향해서 여호와를 기뻐하는 것이 힘이라고 알려주면서 축제를 선포했습니다.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서 넉넉한 사람들이 음식을 준비해서 나누는 공동체 축제였습니다. 다음 날에는 백성의 대표들이 에스라를 찾아가서 모세의 율법을 다시 읽었는데, 초막절을 지키라는 말씀을 발견하고 백성들과 함께 초막절을 지키기로 했습니다. 그때가 마침 초막절 기간이었기 때문입니다. 백성들이 산에 올라가서 초막을 지을 나뭇가지들을 갖고 옵니다. 여러 가지 나뭇가지가 사용되었습니다.

 

감람나무(올리브나무)는 이스라엘을 가리키는 나무 가운데 하나인데 평화의 상징입니다. 들감람나무에 해당하는 히브리어에는 기름을 짜는 나무라는 뜻이 들어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마지막으로 기도하셨던 “겟세마네”라는 지명은 감람(올리브)유를 만드는 방앗간이라는 뜻입니다. 화석류나무(myrtle tree)는 향기로 유명합니다. 게다가 상록수입니다. 종려나무는 이스라엘 어느 곳이나 잘 자라는 대표적인 나무입니다. 잎이 넓고 커서 초막을 짓기에 적합했습니다. 기타 무성한 나무는 잎이 많고 줄기가 굵은 나무입니다.

 

이처럼 여러 가지 나무들이 초막 짓기에 동원되었습니다. 최선을 다해서, 모든 것을 주님 앞에 드린다는 표시였을 것입니다. 초막절에 쓰인 나무처럼 다양하게 펼쳐지는 우리의 인생과 신앙도 하나님 앞에서 귀하게 사용되기 원합니다. -河-

성경의 식물들 (4): 로뎀나무

성경에서 가장 흥미진진하고 통쾌한 말씀 가운데 하나가 엘리야가 갈멜산에서 바알 선지자 450명과 대결하는 장면입니다. 엘리야 시대의 북이스라엘은 아합왕과 바알신을 섬기는 시돈 출신 이세벨 왕비가 통치했습니다. 아합왕은 왕비 이세벨의 영향을 받아서 여호와 하나님을 믿는 것을 핍박하고, 대신 바알 종교를 수입해서 널리 퍼뜨렸습니다. 성경은 하나님을 떠나서 바알을 섬긴 아합왕을 “그 이전의 이스라엘 모든 왕보다 심히 이스라엘 하나님 여호와를 노하시게 하였더라”(왕상 16:33)고 평가했습니다.

 

그 시대에 활동한 선지자가 엘리야였습니다. 하나님께서는 계속되는 가뭄 속에서 까마귀를 통해서 엘리야를 먹이셨습니다. 하나님의 말씀을 들은 엘리야가 아합왕을 찾아가서 바알 선지자들과의 대결을 요청합니다. 엘리야는 혼자였고 450명의 바알 선지자들이 모였습니다. 제단에 쌓아놓은 제물에 불을 내리는 신이 진짜라는 것입니다. 바알 선지자들이 한나절 동안 춤을 추면서 자신들의 신을 불렀지만, 불이 내리지 않았습니다. 엘리야의 차례가 되었고, 하나님께서 불을 내려 응답하셨습니다. 가뭄도 그치게 하셨습니다. 엘리야는 바알 선지자들을 모두 제압했습니다. 통쾌한 승리였습니다.

 

아합왕이 엘리야가 행한 모든 일과 그가 바알 선지자들을 칼로 죽인 것을 왕비 이세벨에게 고하니 이세벨이 화를 내면서 엘리야를 죽일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이 말을 들은 엘리야가 이스라엘 남쪽 끝에 있는 브엘세바까지 피신했습니다. 그리고 오늘의 주인공 식물인 로뎀나무 아래 앉아 쉬면서 자신의 목숨을 가져가 달라고 하나님께 기도합니다. 엘리야가 그만큼 지쳤습니다. 하나님께서 천사를 보내셔서 그를 어루만져 주시고 먹을 양식을 공급해 주십니다. 그리고 모세가 하나님을 만났던 호렙산으로 가라고 말씀하시고, 그곳에서 엘리야의 마지막 사명을 알려주셨습니다. 아합 가문을 심판할 왕들과 엘리야 자신의 후계자로 엘리사를 세우라는 것입니다.

 

엘리야가 몸을 맡기고 쉬었던 로뎀나무는 팔레스타인 사막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덤불 나무입니다. 12피트(3.5미터)까지 자라고, 사막의 여행자들에게 그늘을 제공하는 나무입니다. 가지로 빗자루를 만들 수 있어서 영어로 빗자루 나무(broom tree)라고 부릅니다. 성경에서는 로뎀나무가 연료가 쓰이거나 (시120:4), 뿌리를 양식으로 먹을 수 있다고(욥30:4) 소개합니다.

 

사막의 로뎀나무가 엘리야에게 쉼터가 되었습니다. 바알 선지자와의 대결에서 큰 승리를 거뒀지만, 왕비 이세벨의 경고에 위협을 느낀 엘리야가 다시금 하나님을 만난 장소입니다. 우리에게도 로뎀나무가 필요합니다. 아무리 강해도 지칠 때가 있습니다. 그때 하나님께서 우리를 찾아오셔서 어루만져 주시고 새 힘을 주시는 우리 인생의 로뎀나무를 인생길 곳곳에서 경험하기 원합니다. -河-

성경의 식물들 (3): 백향목

성경에서 자주 등장하는 식물(나무) 가운데 하나가 백향목(cedar tree)입니다. 신구약 성경을 통틀어서 70회 정도 언급됩니다. 백향목은 상록수의 일종으로 130피트(약 40미터)까지 높이 자랍니다. 길게는 3천 년 정도를 살 수 있다니 현재 있는 백향목은 예수님께서 오시기 훨씬 전부터 존재했던 나무들입니다.

 

백향목은 히말라야를 중심으로 지중해 연안 레바논까지 서식합니다. 워낙 높고 곧게 자라기에 건축에 널리 사용되었습니다. 서까래를 비롯한 주요 건축물에 백향목이 제격이었습니다. 그뿐이 아닙니다. 백향목의 높이는 위엄의 상징이어서, 고대 바벨론을 비롯해서 신을 섬기는 신전의 입구나 주요 구조물에 백향목을 사용했습니다. 백향목의 잎사귀나 줄기는 향을 만드는 재료로 쓰였습니다.

 

성경에서도 다윗과 솔로몬이 예루살렘에 왕궁과 성전을 지을 때 레바논산 백향목을 수입했습니다. 솔로몬은 레바논왕 히람과 계약을 맺고 백향목을 안정적으로 공급받았습니다. 하지만 레바논의 백향목은 하나님을 모르는 세상 나라의 교만함을 상징하기도 했습니다. 구약 성경의 예언서에는 교만한 왕이나 세상의 제국을 백향목에 비유했습니다. 이처럼 우리는 백향목의 위엄이 교만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경고의 말씀에도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

 

오늘 본문은 솔로몬이 아버지 다윗의 유업을 이어서 성전을 건축하는 장면입니다. 이스라엘이 이집트에서 나온 지 480년이 지났습니다. 이스라엘은 광야 40년과 사사 시대를 지내면서 하나님을 거의 잊어버렸습니다. 급할 때만 하나님을 찾고 평소에는 바알을 비롯한 가나안 토속신을 섬겼습니다. 왕이 없어서 이웃 국가들과 맞설 수 없다는 백성들의 불평을 듣고 하나님께서 사울을 왕으로 세우셨는데 사울도 제 갈 길로 갔습니다.

 

하나님께서 베들레헴 이새의 아들 다윗을 왕으로 기름부으셨고, 다윗은 예루살렘을 중심으로 다윗 왕국을 세웠습니다. 다윗이 하나님의 법궤를 모실 성전을 직접 짓고 싶었지만, 손에 피를 많이 묻힌 다윗 자신이 아니라 아들 솔로몬에게 성전 건축을 위임해야 했습니다. 대신 다윗은 성전을 지을 모든 재료를 준비해 놓고 세상을 떠났습니다.

 

아버지 다윗의 뜻을 좇아서 솔로몬이 성전을 짓습니다. 화려한 성전입니다. 성전 건축의 마무리로 하나님의 법궤를 모실 지성소를 짓습니다. 하나님께서 임재하시는 곳입니다. 백향목으로 벽을 가로막아서 지성소를 만들었습니다. 이밖에도 성전의 모든 장식이 백향목입니다. 성경에서 백향목은 성전 건축 뿐만 아니라 죄를 깨끗이 씻는 정결 예식에도 사용되었습니다(레14:6). 의인을 백향목에 비유하는 말씀도 있습니다(시 92:12). 우리도 백향목과 같이 하나님 앞에서 귀하게 사용되기 원합니다. -河-

성경의 식물들 (2): 살구나무

지난 시간의 떨기나무에 이어서 오늘은 살구나무에 대해서 살펴보겠습니다. 살구나무에 해당하는 히브리어가 <샤케드>입니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히브리어 <샤케드>는 살구나무가 아니라 아몬드 나무입니다. 개역 개정에서 살구나무라고 한 것은 잘못된 번역입니다. 도리어 성경에서 살구나무는 사과나무와 관련이 있습니다(아가서 2:3).

 

아몬드 나무는 이스라엘이 위치한 팔레스타인과 중동에서 흔히 볼 수 있고 16피트(약5미터) 정도까지 자라는 큰 나무입니다. 아몬드 나무는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오는 1월이나 2월에 흰 꽃을 피웠습니다. 우리나라에서 벚꽃이 피면서 봄이 오듯이 이스라엘에서는 아몬드 꽃이 피면서 봄이 찾아왔습니다. 겨울을 잘 지켜냈으니 봄을 맞을 준비가 되었다는 표시였습니다.

 

갑자기 아몬드 나무로 바꾸면 생소하기에 잘못된 번역인 줄 알지만, 개역 성경을 따라서 “살구나무”로 부르도록 하겠습니다. 개역 성경에서 살구나무는 여섯 번 등장합니다. 하란의 외삼촌 집에서 지내던 야곱이 품삯으로 양을 받기로 하면서 살구나무를 비롯한 버드나무 등의 껍질을 벗겨서 양들에게 보이니 그들이 얼룩진 양을 낳았습니다(창30:37). 가나안 땅에 흉년이 들면서 야곱이 가족을 이끌고 아들 요셉이 총리로 있는 이집트로 피난갈 때, 이집트에서 구할 수 없고 가나안 땅의 특산물인 아몬드(개역 성경은 아몬드를 순우리말인 감복숭아 나무라고 번역함)를 가져갔습니다(창 43:11).

 

출애굽한 이스라엘이 광야에서 성막을 지었는데, 성막에서 사용하는 순금 등잔대 받침에 살구꽃 형상을 새겼습니다. 이것은 살구나무와 같은 발음을 가진 히브리어 동사 <샤카드 (“지키다”)> 때문일 것입니다. 등잔대의 살구꽃 형상은 하나님께 나오는 이스라엘을 지켜주시겠다는 약속을 뜻했습니다 (출37:19).

 

레위인 고라가 성직에서 소외되었다는 이유로 아론과 모세에게 반기를 든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 땅이 갈라지면서 고라와 그를 따르던 무리를 삼켰습니다. 그래도 이스라엘 백성들이 모세를 원망하니 하나님께서는 모세에게 명하셔서 지파별로 지팡이를 가져와서 증거궤 앞에 하룻밤을 놓아두도록 했습니다. 다음 날이 되자 아론의 지팡이에서 싹이 나고 살구 열매가 열렸습니다. 하나님께서 아론을 제사장으로 세우시고 그를 주목하신다는 뜻이었습니다(민 17:8).

 

마지막으로 살구나무는 하나님께서 예레미야를 예언자로 부르실 때 등장합니다. 하나님께서 예레미야에게 살구나무(샤케드) 환상을 보여주셨는데 그것은 하나님께서 이스라엘을 끝까지 지켜보겠다(샤카드)는 뜻이었습니다. 이처럼 성경의 살구나무(아몬드나무)는 하나님의 보살핌과 연결됩니다. 또한 하나님 백성이 주님 앞에서 깨어있어야 함을 일깨워줍니다. 겨울이 지나고 가장 먼저 피는 살구꽃처럼 새달을 맞는 우리의 신앙도 꽃피우길 원합니다. -河-

성경의 식물들 (1): 떨기나무

우리가 사는 캘리포니아와 성경의 주요 무대인 이스라엘 사이에 공통점이 많습니다. 두 지역 모두 지중해성 기후로 분류됩니다. 우선, 비가 오는 우기와 비가 오지 않는 건기의 구분이 뚜렷하고 기간도 같습니다. 성경에서 이른 비는 우리 지역처럼 가을에 오는 비를 뜻하고 늦은 비는 우기가 끝나는 봄에 오는 비를 가리킵니다. 낮보다 밤에 기온이 내려가는 것도 같습니다. 한국에서 보기 드문 종려나무를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성경에서는 이스라엘을 포도나무와 무화과나무에 비유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자신을 포도나무, 우리를 포도나무에 붙어있는 가지에 비유할 정도였습니다. 포도나무는 당시 팔레스타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유실수였습니다. 우리 지역에도 포도나무가 많습니다. 예루살렘에 올라가신 예수님께서 잎만 무성한 무화과나무를 저주하셨습니다. 겉은 번드르르하지만 본질을 상실한 예루살렘 종교의 종말을 예고하신 것입니다. 우리 지역에서는 무화과나무는 물론 무화과 열매도 쉽게 구할 수 있습니다. 캘리포니아에 살기 때문에 성경의 독특한 기후와 생태를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것도 감사할 일입니다.

 

하나님께서 이 세상의 만물을 창조하셨습니다. 특히 세 번째 날에는 땅과 육지를 나누시고 땅에 식물이 자라게 하셨으니 온 세상이 초록으로 뒤덮였을 것입니다. 이러한 창조의 신비로운 능력과 지혜를 반영하듯이 세상에는 수많은 식물이 존재합니다. 성경에도 당시 팔레스타인의 대표적인 식물들이 100여 종 이상 등장합니다. 씨가 뿌려진 곳에서 평생을 지내다가 꽃이 피고 열매를 맺고 자신의 사명을 다하는 매우 순종적인 생명체들입니다.

 

우리는 앞으로 두 달여 성경에 나오는 식물들과 그와 연관된 성경 본문을 살펴보게 될 것입니다. 성경 속의 식물들은 큰 관심을 끌지 못합니다. 대신, 인물이나 사건을 설명하는데 보충 재료로 동원될 뿐입니다. 그렇지만 성경 속의 식물 중에는 하나님 말씀을 더욱 선명하게 드러내거나, 겨자씨처럼 식물의 특성을 통해서 하나님 나라 복음을 전하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이번 연속 설교는 그런 식물들과 그와 연관된 본문을 함께 살펴보는 시간입니다.

 

오늘 살펴볼 떨기나무는 팔레스타인 광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가시나무 덤불입니다. 강인한 생명력을 보여주는 일종의 사막 식물입니다. 이스라엘을 이집트에서 해방시킨 모세는 떨기나무 수풀에서 하나님을 만납니다. 떨기나무가 화염에 휩싸였지만 타지 않았습니다. 흔히 볼 수 있는 떨기나무에 하나님께서 불꽃으로 임하신 것입니다. 평범한 떨기나무가 모세를 부르시는 하나님의 상징이 되었고 이것은 훗날 이스라엘 백성이 시내산에서 하나님을 만나는 것으로 연결됩니다. 우리의 일상이 하나님께서 임하시는 거룩한 곳이 되기 원합니다. 일상 속에서 거룩하신 하나님을 눈으로 뵙고 만나기 원합니다.-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