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의 식물들 (2): 살구나무

지난 시간의 떨기나무에 이어서 오늘은 살구나무에 대해서 살펴보겠습니다. 살구나무에 해당하는 히브리어가 <샤케드>입니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히브리어 <샤케드>는 살구나무가 아니라 아몬드 나무입니다. 개역 개정에서 살구나무라고 한 것은 잘못된 번역입니다. 도리어 성경에서 살구나무는 사과나무와 관련이 있습니다(아가서 2:3).

 

아몬드 나무는 이스라엘이 위치한 팔레스타인과 중동에서 흔히 볼 수 있고 16피트(약5미터) 정도까지 자라는 큰 나무입니다. 아몬드 나무는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오는 1월이나 2월에 흰 꽃을 피웠습니다. 우리나라에서 벚꽃이 피면서 봄이 오듯이 이스라엘에서는 아몬드 꽃이 피면서 봄이 찾아왔습니다. 겨울을 잘 지켜냈으니 봄을 맞을 준비가 되었다는 표시였습니다.

 

갑자기 아몬드 나무로 바꾸면 생소하기에 잘못된 번역인 줄 알지만, 개역 성경을 따라서 “살구나무”로 부르도록 하겠습니다. 개역 성경에서 살구나무는 여섯 번 등장합니다. 하란의 외삼촌 집에서 지내던 야곱이 품삯으로 양을 받기로 하면서 살구나무를 비롯한 버드나무 등의 껍질을 벗겨서 양들에게 보이니 그들이 얼룩진 양을 낳았습니다(창30:37). 가나안 땅에 흉년이 들면서 야곱이 가족을 이끌고 아들 요셉이 총리로 있는 이집트로 피난갈 때, 이집트에서 구할 수 없고 가나안 땅의 특산물인 아몬드(개역 성경은 아몬드를 순우리말인 감복숭아 나무라고 번역함)를 가져갔습니다(창 43:11).

 

출애굽한 이스라엘이 광야에서 성막을 지었는데, 성막에서 사용하는 순금 등잔대 받침에 살구꽃 형상을 새겼습니다. 이것은 살구나무와 같은 발음을 가진 히브리어 동사 <샤카드 (“지키다”)> 때문일 것입니다. 등잔대의 살구꽃 형상은 하나님께 나오는 이스라엘을 지켜주시겠다는 약속을 뜻했습니다 (출37:19).

 

레위인 고라가 성직에서 소외되었다는 이유로 아론과 모세에게 반기를 든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 땅이 갈라지면서 고라와 그를 따르던 무리를 삼켰습니다. 그래도 이스라엘 백성들이 모세를 원망하니 하나님께서는 모세에게 명하셔서 지파별로 지팡이를 가져와서 증거궤 앞에 하룻밤을 놓아두도록 했습니다. 다음 날이 되자 아론의 지팡이에서 싹이 나고 살구 열매가 열렸습니다. 하나님께서 아론을 제사장으로 세우시고 그를 주목하신다는 뜻이었습니다(민 17:8).

 

마지막으로 살구나무는 하나님께서 예레미야를 예언자로 부르실 때 등장합니다. 하나님께서 예레미야에게 살구나무(샤케드) 환상을 보여주셨는데 그것은 하나님께서 이스라엘을 끝까지 지켜보겠다(샤카드)는 뜻이었습니다. 이처럼 성경의 살구나무(아몬드나무)는 하나님의 보살핌과 연결됩니다. 또한 하나님 백성이 주님 앞에서 깨어있어야 함을 일깨워줍니다. 겨울이 지나고 가장 먼저 피는 살구꽃처럼 새달을 맞는 우리의 신앙도 꽃피우길 원합니다. -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