벧세메스 언덕길

좋은 아침입니다.

 

1.

이번 주 성경 통독에서

사무엘상 6장을 만났습니다.

 

하나님을 떠난 이스라엘이

블레셋과 전쟁을 하지만 이길 도리가 없습니다.

하나님의 법궤(the ark)까지 동원했지만 속수무책입니다.

당시 민족 지도자였던 엘리 제사장의 아들도 전장에서 죽고

그 소식을 들은 엘리도 죽습니다.

게다가 하나님의 법궤까지 블레셋에 빼앗겼습니다.

 

법궤는 하나님의 임재 상징이었습니다.

법궤를 메고 여리고 성을 돌았을 때 성이 무너졌습니다.

가나안 땅에 들어올 때,

법궤를 메고 요단강에 들어가니 강이 갈라져서

이스라엘 백성들이 안전하게 건널 수 있었습니다.

 

그런 법궤를 빼앗긴 것은

하나님께서 블레셋에 볼모로 잡혀간 것이나 다름없는 일입니다.

 

블레셋 사람들은 법궤를 자신들의 신 인 다곤 옆에 모셨습니다.

그런데 다음 날 보니 다곤 신이 엎드려져 있습니다.

이튿날은 다곤 신상의 머리와 손목이 끊긴 채

몸통만 문지방에서 뒹굴고 있었습니다.

거기에 그치지 않고 법궤가 가는 곳마다

독한 종기가 생겨서 도시 전체가 초토화되었습니다.

 

하나님께서

법궤를 가져간 블레셋에 재앙을 내리신 것입니다.

 

2.

블레셋 사람들이

법궤를 이스라엘로 돌려보내기로 결정합니다.

 

법궤를 끌고 벧세메스 언덕길을 올라갈 암소 둘을 데려왔습니다.

한번도 멍에를 매지 않은 암소입니다.

게다가 젖먹이 새끼를 가진 암소입니다.

 

멍에를 한 번도 매지 않은 암소가

새끼가 있는 뒤를 돌아보지 않고 벧세메스 언덕길을 올라간다면

그동안 있었던 모든 사건과 사고가

하나님으로부터 비롯되었음을 확증하겠다는 것입니다.

 

암소 둘이

새로 만든 수레를 끌고 벧세메스 언덕길을 올라갑니다.

처음 매어 보는 멍에와 처음 끄는 수레입니다.

 

집에는 젖을 먹는 새끼들이 있습니다.

암소 둘이 꺽꺽 울면서도

좌우로 치우치지 않고 똑바로 걸어갔습니다.

 

게다가 언덕을 다 올라가서는

희생 제사의 제물이 됩니다.

비록 암소들이지만

목숨을 바쳐서 하나님의 살아계심을 증명한 셈입니다.

 

3.

벧세메스 언덕길을 올라가는 암소 두 마리를 보면서

십자가를 지시고 골고다 언덕길을 오르신 예수님을 생각합니다.

조롱, 멸시, 천대, 채찍을 모두 참으시고 좌우로 흔들림 없이 걸어가셨습니다.

십자가에 죽으심으로 하나님의 구원 사역을 완성하셨습니다.

 

때로는 우리의 인생길도 벧세메스의 언덕길처럼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힘겨운 길입니다. 처음 가는 길입니다. 처음 해 보는 일입니다.

벧세메스의 암소들이 새끼를 두고 왔듯이, 가슴을 쓸어 내리며 걸을 때도 있습니다.

그 길이 무엇인지, 왜 가야 하는지 모르고 걸을 때도 있습니다.

끝에는 손해(희생)만 볼 뿐 혜택을 누리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우리는 빛 되신 하나님을 바라보면서

벧세메스(“태양의 집”) 언덕길을 걸어갑니다.

우리를 통해서 살아계신 하나님께서 선포되고

주님의 일이 세상에 펼쳐지길 바라며 걷는 믿음의 길입니다.

 

사순절 셋째 주를 맞는 참빛 식구들이

각자에게 주어진 벧세메스의 길을 꿋꿋하게 걸어 가시길 기도하겠습니다.

 

암소가 벧세메스 길로 바로 행하여 대로로 가며

갈 때에 울고 좌우로 치우치지 아니하였고… (삼상 6:12)

And the cows went straight in the direction of Beth-shemesh along one highway, lowing as they went.

They turned neither to the right nor to the left (1Sam 6:12, ESV)

 

하나님 아버지,

오늘도 벧세메세의 인생길을 걷는 참빛 식구들과 동행해 주세요.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하목사 드림.

(2019. 3. 21이-메일 목회 서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