룻기 (3)

– 베들레헴을 향해서

 

룻기 같은 이야기체 성경 본문을 네러티브(narrative)라고 부릅니다. 성경의 절반 이상이 이야기체 본문입니다. 네러티브에는 등장 인물이 나오고 이들의 행동과 대화를 통해서 사건들이 일어나고, 사건들이 모여서 하나의 이야기를 형성합니다. 그러니 네러티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등장 인물과 이들의 대화와 행동입니다.

 
네러티브는 구약성경의 신명기나 신약성경의 바울서신처럼 직접적인 교훈을 담고 있지 않습니다. 대신, 등장인물과 이들의 행동, 변화, 등장인물이 만들어가는 이야기를 보면서 독자인 우리가 교훈을 얻습니다. 따라서 성경의 네러티브 본문은 읽는 우리 자신의 입장과 공동체의 상황에 따라서 다양한 해석과 교훈이 가능합니다. 때로는 전개되는 이야기 속에 자신도 모르게 빠져들고, 이야기 속에 자신을 대입하면서 성경 본문에 몰입하게 됩니다. 전형적인 성경의 네러티브인 룻기를 읽으면서 성경의 이야기체 본문 즉 네러티브의 힘을 경험하기 원합니다.

 
지난 시간에는 룻기의 서론에 해당하는 1장 1-5절을 살펴보았습니다. 베들레헴에 가뭄이 들면서 모압으로 내려간 나오미는 그곳에서 10년을 살면서 남편과 두 아들을 잃었습니다. 살기 위해서 간 곳이 죽음의 땅이 된 것입니다. 모압에서 얻은 두 며느리가 있었지만, 나오미는 홀로 되어서 모압 땅에 남았습니다.

 
오늘 우리가 살펴볼 룻기 1장 6-18절은 베들레헴의 가뭄이 끝났다는 소식을 들은 나오미가 모압의 삶을 정리하고 고향으로 돌아가는 장면입니다. 본문은 네러티브의 특징대로 나오미와 두 며느리 간의 대화가 주를 이룹니다. 나오미는 며느리들과 함께 고향으로 돌아가기로 결정했습니다. 남편을 잃은 세 여성이 함께 떠나는 여정입니다.

 
그런데 얼마를 가다가 시어머니 나오미가 발길을 멈추더니 두 며느리에게 각자 집으로 돌아가라고 요청합니다. 모압에서 이방인으로 살았던 나오미는 타향살이의 힘듦을 며느리에게 물려주고 싶지 않았을 것입니다.

 
나오미는 며느리들을 향해서 왜 모압에 남아야 하는지 차근차근 논리적으로 설명합니다. 나오미의 설명을 들은 며느리 오르바는 모압에 남기로 합니다. 그런데 다른 며느리 룻은 나오미에게서 떨어지지 않겠답니다. 끝까지 나오미와 함께 가겠답니다. 결국 룻은 시어머니 나오미와 함께 베들레헴으로 향합니다.

 
남편을 잃은 세 여인이 함께 동고동락하려는 마음이 귀합니다. 무엇보다 나오미에게 붙어서 함께하겠다는 룻에게서 합리적인 이유를 넘어서 끝까지 신앙의 길을 가는 참된 그리스도인의 모습을 발견합니다. 사순절입니다. 예수님께서 가신 갈보리 십자가까지 동행하는 참빛 식구들 되시기 바랍니다.-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