룻기 (5)

마라: 쓰디쓴 인생

 

구약성경 룻기의 시작은 나오미가 자신을 부르듯이 “마라” 즉 쓰디쓴 인생길입니다. 베들레헴의 유력한 가문의 가장 엘리멜렉이 아내와 두 아들을 이끌고 모압 땅으로 가면서 생긴 마라의 삶입니다. “나의 하나님은 왕이십니다”라는 이름을 가진 엘리멜렉입니다. 하나님을 왕으로 모셨다면, 하나님의 주권을 인정했다는 뜻입니다. 하나님의 손에 자신의 인생을 맡기고 살았던 엘리멜렉입니다.

 
그의 아내 나오미는 “나의 기쁨”이라는 뜻입니다. 모든 것이 완벽할 수 없다고 두 아들은 건강이나 능력 면에서 조금 부족했지만, 훌륭한 남편을 만났습니다. 무엇보다 물질적으로 풍족해서 베들레헴에 가뭄이 들기 전까지 기쁨의 삶을 살았던 나오미입니다.

 
그런데 집안의 가장 엘리멜렉과 상속자 두 아들이 모압 땅에서 죽고 나오미 혼자 남았습니다. 모압 출신 두 며느리가 있었지만, 룻이 시어머니 나오미를 끝까지 따르기 전까지 그들은 모압 여인이었습니다. 나오미에게 닥친 엄청난 고난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남의 이야기를 쉽게 하는 분들은 나오미 가족이 약속의 땅을 버리고 모압으로 이주한 것에서 원인을 찾습니다. 그렇게 생각하면 믿음의 조상 아브라함은 두 번씩이나 이방 땅으로 이주했지만, 그것이 도리어 전화위복이 되었으니 나오미가 모압으로 이주해서 어려움을 겪었다고 단정할 수 없습니다. 사람들은 남에게 닥친 고난을 쉽게 생각하고, 단순하게 정죄하는 성향을 갖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저는 설교 시간에 나오미에게 닥친 고난을 우연(랜덤/random)이라고 했습니다. 물론 나오미 자신은 하나님의 손이 자신을 쳤고(1:13), 하나님께서 자신에게 벌을 내리셨고 괴롭게 하셨다고 말합니다(1:20-21). 누구나 어려움이 닥치면, 나오미처럼 생각합니다. 하지만 다른 사람이 그렇게 정죄하는 것은 조심할 일입니다.

 
아담과 이브가 선악과를 따먹고 에덴에서 쫓겨나면서, 우리가 사는 세상은 고생길이 되고 말았습니다. 질서가 깨지고, 악이 판을 치고, 세상 사람들은 자기 좋을 대로 행하는 사사 시대의 모습으로 변했습니다. 앞으로 예수님께서 다시 오시고 새 하늘과 새 땅이 이루어지면 현재의 고난과 악은 사라지고 다시 하나님과 더불어 사는 낙원이 회복되겠지만, 그것은 우리 마음 깊은 곳에 간직하고 있는 소망입니다.

 
일단 우리의 삶은 힘겹습니다. 나오미가 아니라 마라의 삶을 사는 경우가 훨씬 많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우리에게 닥치는 고통을 어떻게 맞이하고, 그 안에서 일하시는 하나님의 손길을 발견하고, 기독교인답게 살아가느냐입니다. 앞으로 펼쳐질 룻기를 통해서 우리가 배울 교훈이랍니다.-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