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카

좋은 아침입니다.

 

1.

<생명의 삶> 순서에 따라서

아침에 읽는 성경 본문은 예레이먀 애가입니다.

 

앞에 예레미야라는 별칭이 붙은 것은

구약성경의 헬라어 번역인 칠십인역을 따른 것입니다.

정황상 애가서를 지은 저자를 예루살렘의 멸망을 예언하고 목도한

예레미야 선지자로  보았습니다.

 

반면, 히브리어 본문 성경에서 애가서는

예언서가 아니라 성문서에 속합니다.

메길롯이라는 다섯 두루마리(아가, 룻, 애가, 전도서, 에스더)와 함께

예루살렘 멸망을 기억하는 절기에 불리던 노래입니다.

 

“슬프다”는 뜻의 히브리어 <에이카>로 시작하는 애가서는

시편의 탄식시와 맥을 같이 합니다.

고대 근동에서 사람이 죽었을 때 부르는

조가(弔歌)의 형식도 갖고 있습니다.

말 그대로 애가, “슬픈 노래”입니다.

 

2.

애가서의 특징은

1-4장까지 각 구절이

22개의 히브리어 알파벳으로 시작한다는 것입니다.

영어로 말하면 A부터 Z로 각 구절이 시작됩니다.

 

이것을 두고 다음과 같은 입장이 있습니다:

1) 알파벳 철자를 차례로 나열해서 노래하는 것에

귀신이나 악령을 쫓는 마술적인 힘이 있다는 고대 사회의 전통을 수용한 것

2) 교육과 암기용으로 알파벳 순서로 기록했음

3) 예루살렘의 무너진 것을 목도한 저자가

자신의 슬픔을 절제하기 위해서 알파벳 순서대로 차분하게 써 내려갔음

4) 예루살렘의 슬픔을 처음부터 끝까지 하나님 앞에서 돌아보기 위함.

5) 하나님의 징벌이 처음부터 끝까지 완전히 임했다는 입장.

 

애가서 외에도 시편 119편을 비롯한 성경에는

알파벳 순서대로 기록된 말씀이 있습니다.

암기나 교육용으로 그렇게 기록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또한,

민족이 당한 고난과 슬픔을 낱낱이 헤아리고

처음부터 끝까지 슬퍼하고

하나님 앞에서 자신을 정리하고 정화하는

카타르시스의 목적이 있었을 것입니다.

 

애가서의 또 다른 특징은

“키나(3+2)”라고 불리는 히브리 운율입니다.

처음 셋이 긴 운율이라면, 다음 둘은 짧습니다.

이것도 슬픔을 노래하는 전형적인 문학 기법입니다.

 

애가서 1-3장(3)은 탄식으로 시작해서 소망(3장)으로 끝이 납니다.

4-5장(2)은 탄식과 공동체 기도입니다.

각 구절뿐만 아니라, 애가서 5장 전체가 키나 운율입니다.

 

시는 우리의 마음을 정화합니다.

고난은 모든 사람을 시인으로 만든다는 말도 생각납니다.

운율을 갖고 애가서를 써 내려가면서

예언자는 물론 후대에 애가서를 읽는 독자들의 마음도 정리되었을 것입니다.

 

3.

<에이카> 슬프다!

시편의 탄식시와 더불어 애가서가

하나님 말씀인 성경에 포함되어 감사할 뿐입니다.

 

잘못으로 인한 어려움이든지

맥락 없이 닥치는 고난이든지

타인으로 인한 핍박이든지

우리 앞에 닥친 고통스러운 현실을 놓고

하나님 앞에서 마음껏 슬퍼하고 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아침마다 애가서를 묵상하면서

우리 마음 깊은 곳에 있는 응어리가 부서지고

혼란스러운 생각들이 알파벳 순서대로 정리되고

새롭게 시작할 힘을 얻기를 바랍니다.

 

참지 말고 모든 것을 하나님 앞에 토해내고 애통합시다.

처음부터 끝까지…

마음껏 웁시다.

 

애통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그들이 위로를 받을 것임이요 (마5:4)

 

 

하나님

애통하며 우는 자들의 편이 되어 주세요.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하 목사 드림.

(2023. 6. 8 이-메일 목회 서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