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난의 길

올해도 어김없이 부활절을 맞습니다. 부활의 기쁨을 누리기 위해서 반드시 통과해야 하는 것이 십자가입니다. 십자가는 로마 시대에 황제에 반기를 들었거나 세상을 어지럽힐 정도의 극악한 죄인들이 달리는 형틀이었습니다. 하나님의 아들 예수님과는 어울리지 않습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달려 죽으셨습니다.

 

이처럼 죗값을 치르는 십자가에서 예수님께서 죽으신 것은 우리의 죄를 모두 담당하셨다는 의미입니다. 우리가 달려야 할 십자가에 예수님께서 대신 달리신 것입니다. 십자가의 은혜로 우리의 죄가 사해지고, 의롭게 되므로 하나님께 담대히 나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매년 또는 수시로 제물을 드리던 성전 중심의 형식적인 신앙이 예수님을 믿는 내면과 삶의 신앙으로 바뀌었습니다. 우리 마음이 성전이 되는 놀라운 일이 생겼습니다.

 

하나님의 아들 예수님께서 예루살렘 지도자들과 로마 총독 빌라도 앞에서 재판을 받으십니다. 예수님께서는 자신이 하나님의 아들이라는 사실 외에는 아무 말씀도 하지 않으셨습니다. 군병들이 예수님을 조롱했습니다. 얼굴에 침을 뱉고 때렸습니다. 예수님은 말없이 모든 것을 참으셨습니다.

 

십자가를 지고 골고다 언덕을 오르십니다. 이사야 선지자는 메시아 예수님의 여정을 도살장에 끌려가는 어린양에 비유했습니다(사53장). 그리고 십자가에 죽으셨습니다. 죽음 자체보다도 세상의 모든 죄를 지고 십자가에 달리신 사건 자체가 고난이었습니다. 쉬운 길이 아니었기에 겟세마네 동산의 예수님은 “이 잔을 내게서 지나가게 하옵소서”(마36:39)라고 기도하셨습니다. 그래도 끝까지 그 길을 가셨습니다.

 

오늘 본문은 이사야서에 나오는 고난 받는 종의 노래들(the servant songs)가운데 하나입니다. 오늘 본문(50:1-3) 앞에는 하나님 앞에서 죄를 짓고 마음이 완고해진 백성들이 “죄악으로 말미암아 팔렸고”라고 했습니다. 하나님의 백성이 죄의 종이 되었습니다. 이들을 구하기 위해서 하나님의 종이 세상에 온 것입니다. 주님이 보내신 종은 학자의 혀를 갖고 있습니다. 하나님의 말씀을 듣고 전하는 탁월한 능력입니다. 본문의 종은 메시아 예수님을 가리킬 것입니다.

 

고난받는 하나님의 종은 저항하지 않았습니다. 수염이 뽑히고, 뺨을 맞고, 모욕과 침 뱉음을 당했습니다. 수치를 당해도 부끄럽지 않았습니다. 자기 백성을 구하려는 하나님의 뜻이 성취되는 과정이기 때문입니다. 예수님께서 가신 고난의 길입니다. 이사야 시대는 하나님 말씀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습니다. 예수님 당시의 어두운 세상도 빛으로 오신 예수님을 십자가에 못 박았습니다. 그러나, 메시아 예수님을 마음에 모신 사람에게 빛이 임했습니다. 구원이 임했습니다. 예수님께서 가신 고난의 십자가 길을 묵상하는 고난 주간이길 바랍니다. -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