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경이 눈을 뜨다 (2)

예수님께서 소경의 눈을 뜨게 하신 날은 공교롭게도 안식일이었습니다. 유대인의 율법에 의하면 안식일에는 생업과 관련된 일은 물론 아주 위급한 경우가 아니면 병을 고치는 일도 해서는 안 됩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는 안식일에도 사람들을 도우셨고 병도 고치셨습니다. 안식일의 주인이 되시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때마다 바리새인들을 비롯한 유대 지도자들과 부딪치셨습니다. 아니 그들이 예수님께서 하시는 일을 갖고 시비를 걸었습니다.

지난 번 38년 된 병자를 고치신 날도 안식일이었습니다. 자리를 들고 걸어가라는 예수님의 명령에 병자가 자리를 들고 걸어갔는데, 예루살렘의 종교지도자들은 그것을 가지고 안식일 법을 어겼다고 트집을 잡았습니다. 이번에는 소경이 눈을 뜬 것을 두고 이웃사람들이 그를 바리새인들에게 데리고 갑니다. 소경이 자신의 눈을 뜨게 해 주신 분이 예수님이라고 말했기 때문입니다. 그때 바리새인들은 안식일에 소경이 눈을 뜨게 해 주신 것을 갖고 트집을 잡기 시작합니다.

결국에는 소경의 부모까지 데리고 와서 고문하듯이 자초지종을 묻습니다. 소경의 부모는 자신들은 모른다고 발뺌합니다. 그들이 그렇게 한 이유가 있습니다. 그때는 나라를 잃었고 예루살렘에서는 대제사장을 비롯한 종교지도자들이 백성들 위에서 권력을 휘둘렀습니다. 예수님에 대한 소문이 퍼져나가면서, 예수님을 믿는 사람들을 회당에서 출교시키는 경우도 있었습니다.:“그 부모가 그렇게 말한 것은 이미 유대인들이 누구든지 예수를 그리스도로 시인하는 자는 출교하기로 결의하였으므로 저희를 무서워함이러라.”(요9:22). 동족으로부터 버림받는 것입니다. 나라가 없는 상황에서 동족들에게 마저 버림을 받는다면 그것은 사형선고나 마찬가지입니다. 그만큼 유대교의 종교 권력이 막강했습니다. 그래서 소경의 부모가 자신들은 모르는 일이니 아들에게 물어보라고 무책임해 보이는 핑계를 댄 것입니다.

이에 비해서 소경은 담대합니다. 이웃들을 향해서 예수님이 고쳐주었다고 말합니다. 유대 지도자들을 향해서도 자신의 눈을 뜨게 하신 분은 예수님이라고 분명히 밝힙니다. 그리고 당신들도 예수를 믿기 위해서 그의 제자가 되기 원하느냐고 반문합니다. 유대 지도자들 입장에서 보면 아주 당돌한 언행입니다. 이 사람이 이처럼 담대하게 예수님께서 하신 일을 얘기할 수 있었던 것은 예수님께서 자신의 눈을 뜨게 해 주신 것을 체험했기 때문입니다. 그는 예수님을 만나고 평생 동안 보지 못했던 세상을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새로운 인생과 새로운 세상이 그의 눈앞에 펼쳐졌습니다. 그러니 누가 뭐라고 해도 그는 담대하게 예수님을 전할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이 눈이 뜨인 사람은 바리새인들에게 쫓겨납니다.

이 말을 들으신 예수님께서 이 사람을 다시 만나십니다. 지난번에도 38년 된 병자에게 그렇게 하셨듯이 이번에도 소경이었던 사람에게 예수님을 믿을 것을 부탁하십니다. 소경이었던 사람은 아주 분명하게 대답합니다.:“내가 믿고자 하나이다.”(요9장36절) 예수님께서 자신이 메시아이심을 밝히십니다. 그 사람이 대답합니다.:“내가 믿나이다”(38절). 소경이었던 사람은 눈이 뜨였습니다. 그 대가로 그는 이웃들과 유대인들에게 배척받았습니다. 하지만 모든 과정을 통해서 이 사람은 진실로 예수님을 믿게 됩니다. 육신의 눈이 뜨인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예수님을 하나님의 아들로 알아보는 신앙의 눈이 뜨인 것이 더 큰 축복임을 실로암 소경을 통해서 다시금 깨닫습니다. -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