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의 손과 발 (6)

릴리 재단의 지원을 받아서 안식월 여행을 다녀온 지 일 년이 지났습니다.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감사가 나옵니다. 초행길인 유럽 여행 40일을 안전하고 건강하게 마친 것은 하나님의 돌봄과 교회의 기도 덕분이었습니다. 저나 아내나 건강한 편이 아닌데, 영국 런던에서 이태리 로마까지 큰 여행 가방 두 개를 들고 배낭을 메고 기차를 타고 다녔습니다. 중간에 감기에 걸린 적은 있어도 저의 어지럼증이나 아내의 갑작스러운 기운 빠짐없이 여행을 끝냈습니다.

 

게다가 우리가 계획한 여행을 거의 모두 실행했습니다. 재단에 지원서를 신청할 때부터 계획했던 여정입니다. 선발될 것이라는 확신이 없었기에, 마음으로 가고 싶은 곳을 쭉- 열거했습니다. 비록 이스라엘에 가지 못했지만, 하고 싶었던 빽빽한 여정을 모두 마칠 수 있었습니다. 우리 부부에게 인생 여행이 된 것입니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말씀드리지만, 저희는 유럽 여행을 마치고 런던에서 샌프란시스코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모든 것이 잘 끝났습니다”라는 감사의 마음만 남았습니다. 후회 없는 여정이었습니다. 하고 싶고 일을 다 했고, 가고 싶은 곳도 모두 방문했습니다. 기간이 더 길었어도 지칠 뻔했습니다. 저희에게는 모든 것이 완벽했습니다.

 

그리고 저희가 앞으로 가는 목회와 인생 여정이 지난 유럽 여행 같기를 기도했습니다. 목회의 길을 마무리할 때도 “모든 것이 잘 끝났습니다”고 하나님과 교회 앞에서 고백할 수 있기를 바랬습니다. 인생길도 마찬가지로 “다 끝났습니다”고 고백하면서 생을 마감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를 생각했습니다. 저희에게 유럽 여행은 매우 훌륭한 교훈을 남겼습니다.

 

그동안 두 달여 함께 살펴보았던 예수님의 생각(“생명”), 마음(“긍휼”), 손과 발(“평화”)에 관한 말씀을 마무리하는 시간입니다. 연말과 맞물려서 예수님과 손과 발에 관한 말씀을 서두른 감이 있지만, 앞으로도 예수님에 관한 말씀은 계속 나누게 될 것입니다.

 

예수님의 손과 발 마지막 시간인 오늘, 저는 예수님의 십자가를 생각했습니다. 예수님은 두 손과 발에 못이 박히신 채로 십자가에 달리셨습니다. 예수님의 손과 발을 결박해 놓은 것입니다. 하지만, 예수님은 십자가 위에서 용서의 본을 보이셨고, 옆에 매달린 강도를 구원하셨으며, 죄로 인해서 하나님과 멀어진 죽음의 순간까지 내려가셔서 구원을 완성하셨습니다. 그리고 예수님은 “다 이루었다”고 선포하셨습니다. 후회가 없으신, 아쉬움도 없으신 완벽한 삶을 사신 것입니다. 그리고 자신의 영혼을 하나님께 맡기셨습니다.

 

예수님을 믿는 우리도 예수님의 길을 따르는 것이 마땅합니다. 한 해의 삶을 마무리하면서 “다 이루었다”고 고백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부족한 것이 있습니다. 그것을 하나님께 맡기고 새해를 맞이합시다. -河-

평화의 왕

2천 년 전 예수님께서 세상에 오셨을 때, 세상은 어둠이었습니다. 이스라엘과 예루살렘이 바빌론에 무너지고 6백 년 가까이 흘렀습니다. 70년 포로에서 돌아왔지만, 페르시아, 헬라, 로마에 이르기까지 식민지로 살았습니다. 중간에 마카비 가문이 독립전쟁에 승리해서 80여 년 동안 하스모니아 왕조를 세웠지만, 그때도 예루살렘 성전에서 권력다툼이 계속 되었고, 세상은 혼란스러웠습니다.

 

하스모니안 왕조가 로마에 무너지면서, 이두매(에돔) 사람 헤롯이 로마의 지지 속에 팔레스타인 지역을 다스리는 분봉왕이 되었습니다. 헤롯 대왕과 그의 자식들은 로마에 아부하면서 권력을 유지했습니다. 힘없고 가난한 백성들은 안중에 없었습니다. 세리들을 세워서 지나친 세금을 징수했습니다. 예루살렘의 종교 지도자들 역시 성전을 강도의 소굴로 만들었습니다. 율법에 정통한 바리새인들과 서기관들 가운데 율법을 갖고 서로 다투고, 백성들을 정죄하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구약의 예언자들이 메시아가 올 것을 예언했지만, 성경 말씀을 믿는 사람들이 많지 않았습니다. ‘설마’하는 마음이 있었을 것입니다. 권력에 취해서 메시아가 오는 것을 반기지 않은 지도자들도 있었습니다. 그때 예루살렘 성전에는 메시아를 기다리는 시므온과 안나라는 노인과 여자 선지자가 있었습니다. 어디나 하나님의 약속을 기다리는 신실한 주님의 백성이 있습니다.

 

예수님은 이렇게 어둡고 거친 세대에 빛으로 오셨습니다. 예수님을 기다리던 백성들에게는 희망을 주었고, 메시아를 거부한 사람들에게는 거치는 돌이 되셨습니다. 팔레스타인 지역의 유일한 왕이 되고 싶었던 헤롯은 아기 예수님을 죽이려 했습니다. 어둡고 힘겨운 세상에 메시아가 오신 것입니다.

 

마태복음에 의하면, 동방 박사들이 별을 보고 베들레헴에 태어나신 예수님을 찾아왔습니다. 높은 지위에 있던 학자들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오늘 읽은 누가복음에서는 천사들이 내려와서 들에서 양을 치던 목자들에게 메시아 예수님의 탄생을 알립니다. 예수님께서는 모든 사람의 구주로 오셨음을 알려주는 말씀입니다.

 

수많은 천사들이 들에 있던 목자들에게 나타나서 찬양합니다:“지극히 높은 곳에는 하나님께 영광이요 땅에서는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사람들 중에 평화로다”(눅2:14). 하나님께서 약속하시고 계획하신 오랜 구원이 성취되는 순간이기에 하나님께 영광입니다. 땅에서는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사람들 중에 평화입니다. 이처럼 예수님은 평화의 왕으로 세상에 오셨습니다.

 

우리가 사는 세상도 어지럽습니다. 지구상에는 전쟁에 휩싸인 나라와 민족, 부족이 많습니다. 성탄절을 맞아서, 평화의 왕으로 오신 예수님을 간절히 기다립니다.-河-

예수님의 손과 발 (5)

지난번 안식년 여행에서 이스라엘을 방문하지 못한 것이 가장 아쉬웠습니다. 전쟁이 아니면 예수님께서 태어나시고 33년을 인간의 몸으로 사셨던 이스라엘을 방문해서 예수님께서 걸어가신 길을 따라서 걷고 싶었습니다. 무엇보다, 예수님께서 오랫동안 사역하셨던 갈릴리에 일주일 정도 머물면서 예수님을 깊이 느끼고 싶었는데 다음을 기약해야 했습니다.

 

갈릴리뿐 아니라 예루살렘도 예수님을 만날 수 있는 곳임이 틀림없습니다. 무엇보다 예수님께서 십자가를 지고 가셨던 길을 따라서 걸으면 큰 감동과 은혜가 임할 것 같았습니다. 실제로 예루살렘에는 <비아 돌로로사(via Dolorosa)>라고 불리는 길이 있습니다. 라틴어 “비아”는 길이라는 뜻이고, “돌로로사”는 슬픔, 고난이라는 뜻이니 “고통의 길”입니다. 예수님께서 오르신 십자가의 길입니다.

 

예수님께서 걸어가신 십자가의 길을 재현하였습니다. 14개의 지점을 정해서 순례객들이 십자가의 예수님을 묵상하도록 돕고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빌라도에게 재판 받으신 장소부터 십자가에 죽으시고 무덤에 묻히신 장소까지 600미터에 이르는 길입니다. 18세기 이후에 만들었다고 전해오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지점에 십자가를 지고 가신 예수님을 기념하는 교회들이 세워져 있습니다.

 

예루살렘의 <비아 돌로레사>를 간단히 소개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1) 로마 총독 빌라도가 예수님께 십자가형을 확정한 곳, 2) 군병들이 예수님을 조롱하고 채찍으로 때린 후에 십자가를 지게 한 곳, 3) 십자기를 지고 가시던 예수님께서 처음 쓰러지신 곳, 4) 예수님께서 어머니 마리아를 만난 곳, 5) 구레네 시몬이 예수님의 십자가를 대신 지고 가기 시작한 곳, 6) 베로니카라는 여인이 피와 땀으로 얼룩진 예수님의 얼굴을 닦아준 곳, 7) 예수님께서 두 번째 쓰러진 곳으로 십자가에 달리실 골고다 언덕 입구로 알려집니다. 8) 예수님께서 예루살렘의 여인들을 만나서 나를 위하여 울지 말고, 너희와 너희 자녀를 위하여 울라고 말씀하셨던 곳입니다(눅 23:26-28). 9) 예수님께서 다시 한번 쓰러지신 장소입니다. 나머지 다섯 장소는 예수님의 죽음을 기념하기 위해서 골고다와 예수님의 무덤에 세워진 “성묘 교회”안에 있습니다. 10) 로마 군병들이 예수님을 십자가에 못 박기 위해서 옷을 벗긴 곳, 11) 로마 군병들이 예수님을 십자가 위에 눕히고 손과 발에 못을 박은 장소, 12) 예수님의 십자가가 세워지고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달리신 곳, 13) 아리마대 요셉이 예수님의 장례를 준비했던 곳, 마지막14) 예수님의 무덤입니다. 당시 실제 무덤의 모형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습니다. 비록 예루살렘에 있는 십자가의 길을 걷지 않아도, 일상의 삶에서 예수님께서 가신 십자가의 길을 따라서 걸어가길 원합니다.-河-

예수님의 손과 발 (4)

우리는 지난 3주 동안 예수님의 손과 발 가운데, 예수님의 손에 대한 말씀을 나눴습니다. 복음서에는 예수님의 손길이 자주 등장합니다. 예수님은 모든 것을 말씀으로 하실 수 있었지만, 특별히 만지고 접촉하시면서 병을 고치시고 귀신을 쫓으시고 세상의 어두운 세력을 몰아내셨습니다.

 

예수님의 발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3년 공생애 동안 예수님은 팔레스타인 지역은 물론 갈릴리 호수 건너편과 갈릴리 북쪽 두로와 시돈까지 두루 다니셨습니다. 유대인들이 꺼리던 사마리아 지역도 지나가셨고, 수가성 여인에게 복음을 전하셨습니다.

 

3년 공생애 가운데 대부분은 갈릴리 지역을 두루 다니시면서 복음을 전하셨습니다. 요한복음에 의하면 매년 예루살렘에 올라가셨고, 마지막 십자가에 죽으시기 직전에는 예루살렘에서 일주일 정도 머무셨습니다. 배를 타고 갈릴리 호수를 건너시는 것 외에는 모두 걸어서 다니셨습니다. 이사야 선지자가 예언한 대로 아름다운 소식을 전하는 발길이었습니다.

 

예수님의 발길 가운데 오늘은 특별히 여리고 세무서장 삭개오에 대한 말씀을 나누겠습니다. 삭개오에 관한 말씀은 누가복음에서 갈릴리를 떠난 예수님께서 예루살렘에 올라가시는 여정을 기록한 여행 보도(누가복음 9-19장) 마지막에  있습니다. 여리고는 예루살렘에서 20마일 정도 떨어진 곳으로, 예루살렘으로 들어오는 상인들의 길목이었습니다.

 

삭개오는 여리고 세무서장이었습니다. 재정적으로 전혀 어려움이 없었을 것입니다. 사회적인 명예도 얻었지만, 사람들은 뒤에서 로마의 앞잡이 역할을 하는 삭개오를 비난했을 것입니다. 게다가 삭개오는 키가 작았습니다. 외모에 콤플렉스가 있었습니다. 삭개오는 마음에 상처를 갖고 살았습니다.

 

예수님께서 여리고에 오신다는 소식을 들은 삭개오는 예수님이 보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키가 하도 작아서 군중들 틈으로 예수님을 볼 수 없었습니다. 삭개오는 길가에 있는 뽕나무에 올라가서 예수님의 일행을 기다렸습니다. 늘 그랬듯이 예수님께서는 자신을 찾는 삭개오를 지나치지 않으셨습니다. 삭개오 앞에 멈추신 예수님께서 “속히 내려오라, 내가 오늘 네 집에 유하여야 하겠다”(5절)고 말씀하십니다. 그리고 삭개오의 집에 들어가셔서 하루를 머무셨습니다.

 

사람들은 예수님께서 죄인의 집에 들어가셨다고 수군거렸습니다. 하지만, 우리 예수님은 자기를 찾는 모든 사람의 집에 들어가셨습니다. 예수님께서는 그 발길로 경계를 허무시고, 생명의 복음을 전하셨습니다. 예수님의 발길이 머무는 곳에는 언제나 평화(샬롬)가 임했습니다. 오늘은 여리고 세무서장 삭개오가 예수님의 샬롬을 경험한 주인공이 되었습니다. -河-

예수님의 손과 발 (3)

올해도 어김없이 대림절(Advent)을 맞았습니다. 대림절(대강절)은 교회력에서 첫 번째 절기입니다. 그러니 교회력에 의하면 오늘부터 새해가 시작된 셈입니다.

 

대림절은 성탄절 전까지 4주 동안입니다. 예수님은 평화의 왕으로 세상에 오셨습니다. 어두운 세상에 빛으로 오셨습니다. 죽음을 물리치고 생명을 주기 위해서 오셨습니다. 주일마다 촛불을 하나씩 켜면서 성육신(incarnation)하신 예수님을 기다립니다. 온 교회와 참빛 식구들께 뜻깊은 대림절이 되길 바랍니다. 한 마음으로 아기 예수님의 탄생을 기다립시다.

 

세상에 오신 예수님은 우리와 똑같은 인간의 몸을 입고 33년을 사셨습니다. 그중에 마지막 3년은 하나님의 뜻을 이루기 위한 공적인 삶(공생애, public life)을 사셨습니다. 주일학교 아이들과 나눴듯이, 예수님께서는 최고의 선생님이셨고, 하나님이심을 보여주는 기적을 행하셨고, 모든 사람의 친구가 되셨습니다. 마지막에는 십자가를 지고 죽으시고 부활하심으로 온 세상의 구세주가 되셨습니다.

 

예수님께서 세상에 사시던 모습을, 예수님의 생각(“생명”), 예수님의 마음(“긍휼”), 예수님의 손과 발(“평화”)로 나눠서 연속해서 공부하고 있습니다. 어제나 오늘이나 내일이나 변함없으신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임하시기를 기대하면서 나누는 말씀입니다. 또한, 우리도 예수님을 닮는 그리스도인으로 세상을 살아가기로 결심하면서 말씀을 나누고 있습니다.

 

오늘 우리가 나눌 예수님의 손과 발 세 번째 시간은 사복음서에 모두 등장하는 오병이어의 기적입니다. 예수님의 십자가와 부활을 제외하면 모든 복음서에 등장하는 사건으로 오병이어의 기적이 유일합니다. 그만큼 중요한 말씀입니다.

 

예수님께서 산에 오르시니 제자들은 물론 많은 사람들이 하나님 나라 복음을 듣기 위해서 모였습니다. 먹는 것도 잊고 예수님 말씀을 들었습니다. 그들을 불쌍히 여기신 예수님께서 빌립을 비롯한 제자들에게 먹을 것을 주라고 명령하십니다. 엄청난 돈이 필요합니다. 그때 한 아이가 갖고 있던 물고기 두 마리와 보리떡 다섯 개를 예수님께 드렸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아이가 드린 음식을 들고 하늘을 향해서 축사하시고, 제자들에게 나눠주라고 하시니, 오 천명이 먹고 열두 광주리가 남았습니다.

 

오병이어 기적에는 여러 개의 손이 등장합니다. 도시락을 제자들에게 전해주는 아이의 손, 아이가 드린 오병이어를 들고 기도하시는 예수님의 손, 예수님 말씀대로 백성들에게 음식을 나눠주는 제자들의 손, 떡을 받아먹는 백성들의 손까지 오병이어의 기적은 손을 통해서 성취되고 전해졌습니다. 그중에 으뜸은 떡과 물고기를 들고 기도하시는 예수님의 손입니다. 예수님의 손에서 놀라운 기적이 시작되었기 때문입니다.-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