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지러운 세상 중에

요즘처럼 아침마다 배달되는 신문을 펼치기가 불안하던 때도 없을 것 같습니다. 밤새 안녕이라는 말이 실감날 정도로 매일같이 지구촌 곳곳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정신을 쏙 빼놓습니다. 태평양 너머 조국 대한민국에서는 6월 내내 메르스라는 전염병으로 온 나라가 두려움에 휩싸였습니다. 중동호흡기증후군이라고 불리는데 중동을 빼고 코리아를 넣어서“코르스”라고 불러야 한다는 말이 나돌 정도입니다. 본국지 일면 기사는 거의 한달 째 메르스에 대한 기사입니다. 수천 명이 격리 수용되고 확진 판정을 받은 환자들 가운데 20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초기대응만 잘 했으면 전염병의 확산이 그리 크지 않았을 텐데 병원에 온 환자들을 소홀히 관리하고, 정부가 전염병을 확산시킨 병원 이름을 밝히지 않으면서 걷잡을 수 없이 커졌습니다.

한 여학생의 명문대 합격이 가짜였다는 해프닝도 일어났습니다. 최고의 명문 대학을 반반씩 다닐 수 있다는 인터뷰 자체에 의심이 생겼지만, 동부 명문대에서 논문을 발표했고 페이스북 창업자와 전화통화를 했다는 말을 믿었습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여학생이 꾸민 자작극이었습니다. 가짜 합격 소동을 벌인 학생을 보면서 명문대병과 출세지향에 빠진 우리 사회의 자화상을 보는 듯 했습니다. 여학생이 지목한 학교들이 동부와 서부의 최고 명문대학들이 아니었다면 언론은 물론 국민들이 그렇게까지 수선을 피웠을까 싶습니다.

그러더니 지난 주에는 베스트셀러 작가 한 분의 표절시비가 일었습니다. 영어로 번역되고 뉴욕 타임즈까지 극찬했던<엄마를 부탁해>라는 작품은 물론 그 동안 발표한 작품들이 일본 소설을 표절했다는 것입니다. 관심을 갖고 뉴스를 검색해 보니 본인은 대답을 유보하고 있지만 표절로 의심받아 마땅할 정도로 동일한 표현들이 겹쳐서 나타납니다. 하긴 대형교회 목사도 학위 논문을 표절하고 버젓이 강단에서 하나님 말씀을 전하고 있으니 우리 사회와 개인의 도덕수준이 얼마나 낮은 지 쉽게 알 수 있습니다.

그러고 보니 30여 년전 대학에 다닐 때는 리포트를 베껴서 숙제를 제출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습니다. 대단한 표절을 한 셈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교양과목 교수님들은 과제물을 대충 읽고 점수를 주시는 듯 했습니다. 그때 미국에서 공부하고 오신 교수님 한 분은 학생들이 제출한 보고서를 일일이 읽고 코멘트를 해주셨습니다. 그러면서 서로 베낀 과제물이 발견되면 당사자 모두에게 F학점을 주셨습니다. 그때는 그 교수님이 유별나다고 생각했었는데 지금 돌아보니 표절이 얼마나 나쁜 행위인지 이미 알고 계셨던 것입니다. 표절은 남의 생각을 몰래 갖다가 사용하였다는 점에서 도둑질입니다. 남의 생각을 자신의 생각처럼 발표했으니 거짓말을 한 것입니다. 이것만 봐도 구약 성경의 십계명 가운데 두 개의 계명을 어겼습니다.

전염병 공포로부터 유명 작가의 표절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사는 세상이 꽤 어지럽습니다.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막막하고 우리 같은 소시민의 입장에서는 발만 동동 구르고 있을 뿐입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면 이 모든 일의 근원에 정직함의 실종이 자라잡고 있습니다. 정직하게 행하면 표절은 물론 현재 세상에서 일어나는 어지러운 일들에 질서가 잡힐 것 같습니다.

또한 사회적으로 공유해야 할 상식도 사라졌습니다. 합격을 놓고 거짓말을 하는 것이나 남의 글을 표절하는 것은 상식 밖의 행동들입니다. 전염병이 발생했는데 책임을 져야 할 정부가 늦장 대응을 한 것도 상식에 맞지 않습니다. 그러고 보니 현재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들 가운데 많은 부분이 정직하고 상식에 맞게 행동한다면 막을 수 있는 것들입니다.

이 세상 그 누구보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하나님과 사람 앞에 정직해야 합니다. 그리고 하나님 사랑과 이웃 사랑이라는 잣대를 세워서 상식에 맞게 행동해야 합니다. 그러면 어지러운 세상에 질서를 더할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 주변부터 정직과 상식이 통하는 세상이 되도록 노력해야겠습니다. (2015년 6월 25일 SF한국일보 종교칼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