욥기가 없었더라면

좋은 아침입니다.

1.

새벽기도회에서

구약성경 욥기를 읽기 시작했습니다.

새벽마다 한장씩 읽어온 것이

욥기까지 왔으니

보슬비에 옷이 젖는다는 말이 실감납니다.

구약성경의 욥기는

구약 전체의 메시지에서 옆으로 살짝 비껴 서 있습니다.

모세오경 특히 신명기로 대표되는 구약성경에서는

의인은 복을 받고

악인은 벌을 받는다는 인과응보의 신앙이 주류를 이룹니다.

하나님의 말씀을 그대로 따라살고

의인에 길에 서 있으면

하늘의 복이 임할 것이라는 말씀입니다.

반대로

하나님 말씀을 무시하고

죄인의 길로 가면

하나님의 심판이 임할 것이라고 경고합니다.

명쾌하지만

우리네 인생이나 어그러진 세상을 설명하기에는

조금 단순할 수 있습니다.

2.

욥기로 오면

상황이 바뀝니다.

욥은 당대의 의인이었습니다.

부유했습니다.

열 명의 자녀를 두었습니다.

신명기 말씀 대로 축복받은 의인이었습니다.

그런데 그에게 고난이 닥쳤습니다.

자녀들과 재산이 하루아침에 송두리째 사라지고,

온 몸에 종기가 나서 기왓장으로 긁어야 했습니다.

오죽했으면

그의 아내가

하나님을 저주하고 죽으라고 했을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욥은

하나님을 예배했고 하나님을 저주하지 않았습니다.

알고 보니

하나님과 사단이 내기를 하신 겁니다.

사단은 욥이 복을 받았으니 하나님을 경외하지

그렇지 않으면 하나님을 저주할 것이라고 말합니다.

“까닭없이” 즉 어떤 상황 속에서도

하나님을 예배할 사람은 세상에 없다는 것입니다.

하나님의 생각은 달랐습니다.

욥은 어떤 상황 속에서도 하나님을 저주하지 않을 것임을 믿으셨습니다.

하나님 나라의 대표선수로 욥을 택하시고 인정하셨습니다.

욥은 하나님 말씀대로 잘 버텼습니다.

하나님의 믿음과 욥의 믿음이 만난 것입니다.

3.

욥기의 진수는 3장부터 이어지는

욥과 친구들의 논쟁입니다.

친구들의 신앙은 처음부터 끝까지

인과응보입니다.

욥이 죄를 지어서 고난을 받는다는 것입니다.

인과응보 신앙에 익숙하면

욥기를 읽으면서

친구들의 말에 빠져들 수도 있습니다.

욥은

까닭없이 고난을 받고 있습니다.

의인의 고난입니다.

욥은 차근차근

또 때로는 감정에 격해서

친구들에게 자신의 입장을 변호합니다.

고난 가운데 있던 욥이

하나님을 만나는 것으로

욥기가 마무리됩니다.

하나님께서 욥을 찾아오셨습니다.

폭풍 속에서 임하신 하나님은

자신이 창조주이심을 밝히십니다.

욥은 재를 뒤짚어쓰고

하나님을 진심으로 고백합니다;
내가 주께 대하여 귀로 듣기만 하였사오나

이제는 눈으로 주를 뵈옵나이다 (욥 42:5)

I had heard of you by the hearing of the ear, but now my eye sees you. (Job 42:5)

욥은

까닭없는 고난을 통해서

하나님을 눈으로 보는 은혜를 누렸습니다.

4.

욥기는 어렵고 생소합니다.

앞에서 말했듯이

구약성경의 주류 메시지에서 빗겨 있습니다.

하지만

욥기는 우리 인생은 물론

우리가 사는 세상 속에서 닥치는 고난을 두고 고민하게 만들고,

하나님 백성으로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할 지 알려줍니다.

의인도 고난받을 수 있습니다.

까닭없이 고난받을 수 있습니다.

하나님께서 그런 고난을 허락하시고

욥처럼 고난을 통해서 하나님을 눈으로 보길 원하십니다.

신앙의 길은 고난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까닭없는 고난도 받아 들이고

고난 속에서 자신이 피조물임을 깨닫고

고난 속에서 창조주 하나님을 만나는 것입니다.

욥기를 읽으면서

귀로만 듣던 말씀이

눈으로 보게 되는 은혜를 경험할 수 있다면

아주 깊은 신앙으로 들어간 것입니다.

새벽기도회에 많이 나오지 못하시지만

사순절을 보내면서

욥기 말씀을 (쉬운 성경으로) 차근차근 읽으시고 묵상하시면서

신앙과 삶을 욥기에 비춰서 재조정하는 것도 좋겠습니다.

내가 주께 대하여 귀로 듣기만 하였사오나

이제는 눈으로 주를 뵈옵나이다 (욥 42:5)

I had heard of you by the hearing of the ear, but now my eye sees you. (Job 42:5)

하나님 아버지,

사순절을 보내는 참빛 식구들께서

욥이 만났던 하나님을 만나게 하옵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하목사 드림
(2016.2.18 이-메일 목회 서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