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렵고 떨림으로

우리가 살펴보는 빌립보서 말씀은 옥중서신임에도 불구하고 “그리스도인의 기쁨”이라는 큰 주제가 저변에 흐르고 있습니다. 바울은 빌립보 교회를 생각하면 감사와 기쁨이 넘쳤습니다. 자신이 감옥에 있는 동안에도 복음을 전하는 동기나 방법에 상관없이 그리스도가 전해지는 것만을 기뻐했습니다.

 

오늘 본문에서도 자신이 빌립보 교회를 위해서 관제(제물)로 드려진다고 해도 교회가 흠없이 세워진다면 빌립보 교인들과 함께 기뻐할 것을 거듭 밝히고 있습니다. 또한 빌립보서의 마지막 장으로 가면서 빌립보 교인들에게도 “주안에서 항상 기뻐하라”고 부탁합니다. 이처럼 빌립보서는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우리에게 힘을 주고 기쁨이 되는 말씀입니다. 이번 기회에 다시 한번 빌립보서가 갖고 있는 말씀의 힘을 느끼고, 그리스도인의 진정한 기쁨 속으로 들어가길 바랍니다.

 

한편, 빌립보서를 읽다 보면 솔직히 부담감도 생깁니다. 빌립보서의 말씀을 오늘날 샌프란시스코에서 살아가는 우리가 어느 정도 지킬 수 있고 그 말씀이 우리에게 얼마나 실제적일지 고민하게 됩니다. 우리도 바울처럼 죽든지 살든지 우리 몸에서 그리스도께서 존귀하게 되길 바라며 실제로 그런 신앙의 길을 갈 수 있을지요? 예수님의 은혜를 받았으면 믿음과 고난을 함께 받아야 한다는 말씀에 진실로 “아멘”할 수 있을지요? 사도바울이 빌립보 교회에 부탁하는 한 마음과 한뜻, 겸손으로 서로 섬기고, 자기 일 뿐만 아니라 다른 이의 일을 돌보는 것을 우리가 얼마나 실천하고 있는지 부끄러운 마음이 생깁니다. 예수님의 마음을 닮는 것 역시 우리 자신은 물론 오늘날 시대에 동떨어진 말씀처럼 멀리 느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 안의 부담감을 극복하고 빌립보서에 깃든 말씀의 힘과 그리스도인의 기쁨을 누리길 원합니다. 복음에 합당하게 생활하는 그리스도인이 되는 것입니다. 예수님의 마음을 품고 사는 것입니다. 혼자 그 길을 걷기가 힘들기에 동역자가 필요합니다. 그리스도의 공동체가 필요합니다. 우리 참빛 교회가 그리스도의 길을 함께 걷는 공동체가 되기 원합니다.

 

사도 바울 역시 그리스도의 길을 걷는 것이 쉽지 않음을 알았기에 오늘 본문에서 “두렵고 떨림으로 구원을 이루라”고 권면합니다. 살아계신 하나님 앞에서 교만하거나 긴장을 늦추지 말고 끝까지 신앙의 길을 가라는 부탁입니다. “어그러지고 거스르는 시대”에 살고 있지만, 그 속에서 두렵고 떨림으로 구원을 이뤄갈 때, 하늘의 별처럼 빛나는 인생을 살 수 있다는 약속이 큰 힘을 줍니다. 우리 모두 녹록치 않은 삶을 살지만, 우리 안에 자신의 기쁘신 뜻을 두시고 그것을 이뤄 가시는 하나님을 의지하면서 복음에 합당한 그리스도인으로 살기 원합니다. 우리 다 같이 한마음이 되어서 그 길을 걸어갑시다. -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