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앞

좋은 아침입니다.

 

1.

예배로 모이지 못한지

넉 달이 넘어갑니다.

 

교회는 잘 있습니다.

예배실은 물론

아래층 친교실도 상쾌하도록 가끔 청소하고,

뒤꼍 아이들 방에 먼지가 덮이지 않도록 걸레로 닦아 줍니다.

 

그래도 우리 교인들의 발길이 뜸하니

거미들이 이곳저곳에 줄을 치고 잔치를 벌이고 있습니다.

 

<에클레시아 (부름받은 성도들의 모임)>라는 말 그대로

교회는 건물이 아니라 성도임을 실감합니다.

 

2.

우리 교회는

흩어지는 교회를 강조했습니다.

 

교회 모임을 많이 만들지 않았습니다.

주일 공동체 예배에 집중하고

나머지 6일 동안은 가정과 세상에서 빛과 소금으로 살기로 약속했습니다.

 

대신,

주일에 모여서 함께 예배하고 친교 하면서

서로를 위로하고 격려하고

세상에서 살아갈 힘과 용기를 얻기를 기대했습니다.

 

코로나가 발생하면서

우리 교회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교회가 흩어지는 교회가 되었습니다.

 

모임이 적은 우리 교회도 힘든데

일주일 내내 모임이 많던 교회들은 꽤 어려울 것 같습니다.

 

하지만, 코로나가

교회를 흩어 놓는 것에도 뜻이 있겠지요.

 

 

3.

교회에 흐뭇한 일도 생겼습니다.

 

우리가 예배로 모이지 못하는 동안

교회 앞 정원에는 예전에 없던 과일들이 많이 열렸습니다.

 

가지가 휠 정도로 사과가 열리고

우체통 옆에는 배, 자두, 사과가 다닥다닥 붙어서

지나가는 사람들의 발길을 멈추게 할 정도입니다.

 

코로나로 인해서 자연이 살아난다고 하더니

그 말이 우리 교회 앞 과일나무에도 임한 것입니다.

 

왜 그럴까를 생각해 보았습니다.

교회 앞 도로가 한적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사거리에 서 있는 자동차들이 발진할 때 매연이 많이 나와서

길가 나무며 꽃이 죽곤 했는데 올해는 교통편이 훨씬 줄었습니다.

 

샌프란 공기도 좋아졌을 것 같습니다.

그러니 아침에 내리는 이슬이 맑은 공기와 합쳐서

나무들이 많은 열매를 맺도록 도운 것 같습니다.

 

4.

세상일이 모두 나쁠 수는 없습니다.

 

교회들이 너무 모임을 강조하니

팬데믹 기간 동안 저절로 흩어지는 교회가 되었습니다.

공기가 맑아지면서

도심의 과일 나무도 신이 나서 열매를 맺습니다.

 

힘든 시간을 보내다 보면

자꾸 좋지 않은 생각을 하게 되고

부정적인 뉴스나 소식에 민감하게 됩니다.

 

한 발짝 뒤로 물러서서

세상 한 가운데서 여전히 선하고 진실하게 일하시는

하나님의 손길을 포착하기 원합니다.

 

진리와 생명 되신 예수님께서

우리의 길이 되심을 믿고

오늘 하루도 감사로 시작합시다.

 

항상 기뻐하라. 쉬지 말고 기도하라. 범사에 감사하라

이것이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너희를 향하신 하나님의 뜻이니라 (살전 5:16-18)

Rejoice always, pray without ceasing, give thanks in all circumstances;

for this is the will of God in Christ Jesus for you.(1Thes 5:16-18)

 

하나님 아버지

참빛 식구들에게 생명과 길이 되어 주세요.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하목사 드림.

(2020. 7. 23이-메일 목회 서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