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좋은 아침입니다.

 

1.

엊그제 예일대학에서 발표한 것을 보니

2020년 한 해 동안 가장 많이 듣고 사용한 말은

“마스크를 쓰세요 wear a mask”였답니다.

 

팬데믹 전까지

일상생활에서는 마스크를 거의 착용하지 않았습니다.

마스크 하는 것을 자신의 정체를 숨기려는 의도로 보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다 보니 미국에서 얼굴에 마스크를 쓰는 것은

의료, 건설 현장 등 특별한 직종에 종사하는 분들로 한정되었습니다.

 

실제로,  펜데믹 초기에는

마스크를 착용하라는 질병관리본부(CDC)의 권고를 무시하고

많은 사람이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아이들까지

거의 모든 사람이 마스크를 착용합니다.

자신은 물론 이웃을 향한 배려요 보호임을 알기 때문입니다.

 

2.

사실 얼굴을 가리는 마스크는

인류 역사에서 아주 오래된 전통입니다.

 

왕을 비롯한 권력자들이 힘을 과시하기 위해서

얼굴 일부를 가리거나 멋지게 장식했습니다.

전쟁에 나가는 장수들과 군병들도 보호용으로 마스크를 착용했습니다.

 

우리나라 탈춤에서 보듯이

페스티벌이나 얼굴을 가리고 춤을 추곤 했습니다.

자신의 실체를 가리기 위함이고,

종종 하층민이 권력자들을 풍자하기 위해서 마스크를 쓰고 무대에 섰습니다.

 

이처럼 마스크는 오래전부터

얼굴 가리개 이상으로 두루 사용되었습니다.

 

3.

성경에도 천으로 얼굴을 가린 대표적인 인물이 있습니다.

시내산에서 40주야를 머물면서 하나님과 대화하고

하나님으로부터 율법을 받고 내려온 모세입니다.

 

하나님을 만난 모세의 얼굴이 너무 빛이 나서

그의 형 아론을 비롯한 이스라엘 백성들이 모세를 쳐다볼 수 없었습니다.

모세의 거룩한 모습에 두려워하는 백성들도 있었습니다.

 

그러자 모세는 천(수건)으로 자신의 얼굴을 가렸습니다.

다시 하나님을 만나러 갈 때 수건을 벗은 것을 보면

모세가 마스크를 착용한 것은 철저히 백성들을 위한 배려였습니다.

 

지금도 미국 일부에서는

마스크 착용을 꺼린다는 보도를 종종 듣습니다.

모세의 예를 알고 있는 기독교인들이 앞장서서

마스크 착용을 적극적으로 권장해야 할 겁니다.

 

백신이 보편화되기까지

마스크 착용이 최선의 바이러스 전파 방지 수단이기 때문입니다.

 

4.

마스크가 민 낯을 가려주는 역할을 하니 편할 때도 있습니다.

마스크가 얼굴을 가리니 화장을 할 필요도 없고

모자 정도를 써주면 외모를 치장할 이유도 없습니다.

 

하지만, 마스크를 착용하면서

아름다운 미소도 잃어버렸고,

얼굴 표정으로 전하는 소통도 상실했습니다.

 

팬데믹처럼 특별한 이유가 아니면,

마스크로 자신을 가리는 것도 정상은 아닙니다.

있는 모습 그대로 이웃을 대하는 것이 바람직하지요.

 

그런데,

마스크 착용은 앞으로도 오랫동안 일상이 될 것 같습니다.

이웃을 위한 배려요 사랑이니 적극 동참해야 합니다.

 

대신, 우리 자신이 마스크 속에 숨어서는 안 됩니다.

비록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고 살지만,

우리의 내면은 훨씬 더 아름다워지고 깊어지길 원합니다.

 

언젠가 마스크를 벗고 만났을 때

우리의 모습이 모세처럼 밝게 빛나길 기대합니다.

 

모세가 그들에게 말하기를 마치고

수건으로 자기 얼굴을 가렸더라 (출34:33)

And when Moses had finished speaking with them,

he put a veil over his face.(Exo 34:33)

 

하나님,

숨김이 일상이 된 요즘이지만,

우리의 내면은 더욱 빛나게 하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하목사 드림.

(2020. 12. 10 이-메일 목회 서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