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쥐와 인간

좋은 아침입니다.

 

1.

우리 교회 독서 모임에서

존 스타인벡의 <생쥐와 인간>을 읽었습니다.

 

<생쥐와 인간>은 살리나스 출신인 존 스타인벡이

1937년에 발표한 중편 소설입니다.

 

<생쥐와 인간>이라는 책 제목은

로버트 번스의 “생쥐에게”라는 시에서 왔습니다:

생쥐와 인간이 아무리 계획을 잘 세워도 일이 제멋대로 어그러져,

고대했던 기쁨은 고사하고 슬픔과 고통만 맛보는 일이 허다 하잖아!

 

스타인벡의 소설은

1930년대 미국 대공황 시절이 배경입니다.

 

“조지”와 “레니”라는 목장 노동자 청년이 주인공입니다.

조지는 체격이 작지만 당찬 청년이고

레니는 큰 체격을 갖고 있지만 정신적으로 약간 떨어져서

조지가 보호자 역할을 해야 합니다. 둘은 누가 봐도 단짝입니다.

 

이들이 취직한 목장에는

당시 자본가를 대표하는 목장 주인의 아들이 있습니다.

작은 키를 숨기기 위해서 높은 굽의 구두를 신고

자신의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서 체격이 좋은 사람에게 시비를 걸곤 합니다.

 

조지와 레니를 비롯한 목장의 노동자들은

행여나 해고될까 두려워 주인의 눈치를 봅니다.

 

노동자들이 기거하는 감옥 같은 벙커가 작품의 배경입니다.

그곳에 있는 노동자들은 모두 외롭습니다.

그러면서도 서로에게 마음을 열지 못한 채

서로를 경계하고 어디나 그렇듯이 크고 작은 갈등이 생깁니다.

 

2.

레니는 부드러운 물체를 보면, 자신도 모르게 꼭 쥐는 습관이 있습니다.

주머니 속의 생쥐와 작은 강아지도 죽인 적이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이 소설 속의 복선이어서

레니가 주인의 아내 머릿결을 만졌다가 목을 조여 죽인

사건이 소설의 절정입니다.

 

소설은 비극으로 끝이 납니다.

주인과 목장 사람들이 레니를 잡아서 복수할 것을 알고 있는

친구 조지가 총으로 레니를 죽이기 때문입니다.

세상이 어려우니 친구 간의 우정도 유지되기가 쉽지 않습니다.

 

여느 노동자들처럼 조지와 레니도

열심히 돈을 모아서 자신들만의 농장을 갖고, 레니가 좋아하는 토끼도 키우고

창세기의 에덴동산과 같은 자신들만의 공간을 꿈꾸지만,

언불생심 거친 세상은 이들의 꿈을 산산조각 냈습니다.

 

3.

위에 소개한 번즈의 시구처럼

아무리 사람이 계획을 세워도 그것이 현실이 되는 것은 꽤 힘듭니다.

 

구조적인 악이 존재하고

개인의 습관, 이기적인 본성, 거기서 파생하는 또 다른 비극까지

소설 속에서 스타인벡이 그리는 세상과 인물들은

우리가 사는 세상이고 우리 자신의 모습입니다.

 

우리 역시 하루하루 거친 현실을 살아갑니다.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거대한 운명과 같은 세상을 마주합니다.

우리 안에서도 끊임없이 악한 본성이 살아납니다.

우리 마음이 타락한 세상의 축소판일 때가 얼마나 많은지요!

 

4.

그렇다고 우리의 삶이 비극으로 끝날 수는 없습니다.

너무 힘들 때는 사람이 아닌 하나님께 숨는 것도

그리스도인만이 누리는 은혜요 특권입니다.

 

공동체 가족끼리 예수님의 마음을 품고

서로를 세워주고 함께 걷는 신앙의 동지가 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가정이 그리고 우리 교회가

조지와 레니가 꿈꾸던 낙원이 될 수 있다면…

 

우리의 삶이 결코 쉽지 않지만,

그 속에서 하나님의 손길과

믿음으로 살아가는 삶의 열매를 보기 원합니다.

 

p.s. 행여나, 대공황과 같은 팬데믹 기간에 세상의 악한 구조에 눌려서

죽음으로 내몰리는 힘없는 노동자들이 있는 것은 아닌지요!

 

내가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를 다닐지라도 해를 두려워하지 않을 것은

주께서 나와 함께 하심이라 (시편 23:4)

Even though I walk through the valley of the shadow of death,

I will fear no evil, for you are with me;  (Ps 23:4)

 

하나님,

우리가 서로에게 진정한 친구

신앙의 동지가 되게 하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하목사 드림.

(2021. 2. 4 이-메일 목회 서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