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과 겨루어 이긴 자 (14)

화해

 

20년 동안 외삼촌 집에서 피난살이를 하고 고향으로 돌아오는 야곱은  형 에서를 대면해야 했습니다. 지팡이 하나 들고 고향을 떠날 때와는 비교할 수 없는 가족들과 함께 재산을 갖고 오는 길입니다. 그렇지만 에서라는 큰 산이 앞에 버티고 있습니다.

 

에서가 400명을 거느리고 자기를 만나러 온다는 소식에 잔뜩 긴장한 야곱은 재산을 둘로 나누고, 하나님께 간절히 기도하고, 에서에게 줄 선물을 준비했습니다. 나름 최선을 다한 것입니다. 모든 준비를 끝낸 야곱이 얍복강에 혼자 남았습니다. 그때 하나님께서 야곱을 찾아오셔서 밤새도록 씨름하셨습니다.

 

하나님께서 야곱의 허벅지 관절을 치셨기에 다리를 절었지만, 야곱은 새 사람으로 변했습니다. 영광의 상처를 몸에 새긴 셈입니다. 이제 날이 밝으면 형 에서를 만나야 합니다. 하나님을 경험한 야곱에게 자신감이 생겼을 것입니다. 하나님은 물론 사람과 겨루어 이긴 이스라엘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야곱은 레아와 라헬의 여종과 그의 자식들을, 레아의 자식들, 야곱이 사랑하는 라헬과 요셉을 맨 뒤에 차례로 배치했습니다. 야곱이 앞에 섭니다. 형 에서가 나타나자, 야곱은 당시 왕 앞에 나갈 때 하는 예식대로 일곱 번 몸을 굽히면서 형에게 다가갑니다.  아버지 이삭의 축복에 따르면 에서가 야곱에게 몸을 굽혀야 하는데 반대가 되었습니다. 그만큼 야곱의 상황이 다급했습니다.

 

뜻밖의 일이 벌어집니다. 웬일인지 형 에서가 달려와서 야곱을 환영합니다. 목을 어긋 맞추어 안아주고 입을 맞추면서 서로 웁니다. 야곱과 에서가 커다란 전투를 벌일 것을 예상한 우리 독자들에게 싱거운 결말입니다. 누구보다 야곱이 깜짝 놀랐을 것입니다.

 

형 에서가 눈을 들어서 야곱 일행을 보면서 누구냐고 묻습니다. 야곱이 하나님께서 자신에게 베푸신 은혜라고 답변합니다. 야곱의 부인과 자식들이 차례로 나와서 에서에게 절합니다. 야곱이 선물로 준비한 가축 떼가 무엇인지 묻습니다. 야곱은 말끝마다 에서를 “내 주”라고 부르면서 자신을 낮춥니다. 준비한 선물을 받아 주길 간청합니다. 야곱은 20년 전 형을 속인 것을 보상하듯이 에서를 깍듯이 윗사람으로 모시고 있습니다.

 

에서가 자기와 함께 가자고 제안합니다. 야곱은 자기 일행은 지쳐 있으니 천천히 에서가 살고 있는 세일로 가겠답니다. 에서가 야곱을 도와줄 종들을 남겨놓겠다는 것도 마다하고 형과 작별합니다. 야곱은 형에게 말한 것과 달리 숙곳으로 갔습니다. 숙곳은 “머무는 곳”이라는 뜻입니다.

 

야곱과 형 에서가 이렇게 화해했습니다. 에서가 상남자로 등장하지만, 그에게서 하나님을 찾아보기는 힘듭니다. 야곱은 여전히 형 에서를 의식해서 세일로 가지 않고 숙곳으로 갔습니다. 야곱이 하나님과의 만남에서 살아남았듯이, 형 에서를 만나서도 살아남았습니다. 형과 화해했습니다. -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