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통독

 아침에 일어나면 카톡 메시지가 수십 개 쌓여 있을 때가 있습니다. 잠을 자는 동안에 한국에 있는 지인들이 단체 카톡방에 보낸 메시지들입니다. 카톡을 무음으로 해놓지 않았다면 밤새도록 “카톡 카톡”하는 소리에 잠을 설칠뻔 했습니다. 카톡이 미국은 물론 한국과 전 세계를 이어주면서 우리 대부분 다반사로 경험하는 일입니다.

 

카톡에 일일이 답변해야 하고, 행여나 자신이 보낸 메시지를 상대방이 읽고도 답변하지 않을 때는 괜스레 신경이 쓰이는 등 귀찮고 번거로울 때도 있지만, 카톡이 주는 유익이 꽤 많습니다. 저에게는 그중에 하나가 카톡을 통한 성경 통독입니다. 지난 3년 동안 카톡방을 개설해서 자원하는 교인들과 성경을 읽었습니다. 일 년 통독 스케줄에 맞춰서 서로 격려하고 점검하면서 성경을 읽는 것입니다. 성경을 읽으면서 궁금한 점이 생기면 질문하고 제가 답변합니다. 매주 읽을 분량을 알려드리면서 해당 본문에 대해서 간단히 안내해 드립니다. 카톡이 주는 혜택입니다.

 

예수님을 믿고 신앙생활을 하지만 창세기부터 요한 계시록까지 성경을 통독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하루에 서너 장씩 읽으면 일 년에 성경을 통독할 수 있는데, 혼자서는 중간에 길을 잃고 포기하기 십상입니다. 곳곳에 성경 통독을 힘겹게 하는 복병들이 숨어있기 때문입니다. 새해 첫 달부터 맞게 되는 구약성경의 레위기가 대표적입니다. 지루하다 못해 그냥 건너뛰고 싶은 충동이 생길 정도입니다.

 

그래도 인내심을 갖고 꾸준히 읽다 보면 진도가 나갑니다. 성경 통독 한 가운데서 만나는 구약성경의 시편은 행여나 그동안 밀린 진도를 따라잡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입니다. 두 달 가까이 시편의 은혜로운 말씀에 푹- 잠겨서 여름을 보냅니다. 그다음에 만나는 가장 큰 복병은 이사야로 시작되는 대예언서입니다. 각각의 장이 꽤 길고 이스라엘의 죄악상들이 반복적으로 등장하면서 덩달아 화도 나지만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면서 우울해질 수 있습니다. 게다가 내용도 어렵습니다. 여기서 멈추지 않고 대예언서라는 큰 고비만 넘으면 그다음부터는 탄탄대로입니다. 완주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성경 통독이 주는 유익이 꽤 큽니다. 우선, 창세기부터 요한계시록에 이르는 성경 전체를 읽었다는 기쁨입니다. 성경 통독을 끝냈다는 표시로 요한계시록 마지막 구절을 카톡방에 올리면서 함께 느끼는 쾌감이 있습니다. 성경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은 후에 찾아오는 감사와 보람은 통독하신 분들만이 누리는 축복입니다.

 

둘째로, 성경 통독은 창세기부터 요한계시록까지 펼쳐진 성경의 여정을 하나도 빼놓지 않고 걷게 만듭니다. 설교나 성경공부는 성경의 일부만 다룹니다. 대개 은혜로운 본문들이 대상이 되곤 합니다. 이미 익숙한 말씀을 반복해서 듣고 공부할 가능성이 큽니다. 그런데 성경 통독은 불모지와 같은 성경의 숨은 본문으로 우리를 데리고 가서 그 거친 말씀까지 읽고 묵상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셋째로. 일 년에 한 번씩 성경을 읽다 보면 어느 순간엔가 성경 전체가 눈에 들어옵니다. 성경의 줄거리가 파노라마처럼 눈 앞에 펼쳐집니다. 지난주에는 3년째 성경 통독반에 참여한 노권사님께서 이제 성경이 눈에 들어오는 것 같다고 말씀하시는 것을 들었습니다. 성경을 조각조각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성경 전체에 묘사된 하나님의 큰 그림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성경 통독 자체가 매우 좋은 신앙 훈련입니다. 하루에 서너 장씩 꾸준히 성경을 읽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잠시 한눈을 팔면 읽어야 할 분량이 눈덩이처럼 쌓여서 날을 잡아서 따라잡지 않으면 순식간에 뒤처지고 맙니다. 일 년에 성경을 통독했다는 것은 그만큼 자기 관리를 했다는 표시입니다. 생명의 양식인 하나님 말씀을 가까이함은 물론 규칙적으로 섭취했다는 뜻입니다.

 

어느덧 새해 첫 달이 지나갑니다. 창세기부터 시작한 성경 일독은 그 힘들다는 레위기에 와 있습니다. 힘차게 새해를 시작했지만, 이스라엘의 광야 생활이 그랬듯이 우리의 삶도 금방 거친 광야 길에 접어들 수 있습니다. 레위기를 읽으면서 하나님 백성으로 거룩한 길을 걷기로 결심합니다. 하나님께서도 올 한해 구름기둥과 불기둥으로 인도해 주실 줄 믿습니다. 이처럼 한해의 여정을 하나님 말씀과 더불어 걷는 것이야말로 그리스도인들이 누리는 큰 은혜요 축복입니다. 성경 통독을 권합니다. (2018년 1월 25일 SF한국일보 종교칼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