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홀

좋은 아침입니다.

 

1.

어제 아침,

블랙홀 사진이 최초로 공개되었습니다.

 

말 그대로 가운데는 검은색이었습니다.

정확한 원은 아니지만, 빛으로 둘러 쌓여 있고

밑에는 빛 광선 두 개가 호수처럼 위치했습니다.

 

영화 인터스텔라에서 보았던 블랙홀 장면이 생각났습니다.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곳이라고 했습니다.

심지어 시간까지 빨아들여서 블랙홀과 우주를 여행하고 온 우주인들이 지구에 돌아왔을 때

지구에 남아 있던 사람들은 모두 할머니가 된 장면도 떠올랐습니다.

 

말로만 듣던 블랙홀을 실제로 보게 된 것입니다.

저처럼 과학에 문외한인 사람도 마음이 설레었는데

과학자들은 얼마나 감동적이었을까요!

 

2.

기사를 보면서 그저 신기했습니다.

지구만한 망원경을 조합해서 관측했다는 사실,

망원경의 성능이 달 표면에 놓인 오렌지를 자세히 관찰할 정도라는 것,

블랙홀이 지구로부터 55억 광년 떨어져 있다는 것 등등

저에게는 영원처럼 느껴질 만큼 감이 잡히지 않았습니다.

 

기사를 검색하면서

엉뚱해 보일 수 있지만 몇 가지 “개인적인” 생각이 스쳤습니다.

 

1) 실제 블랙홀 사진이 그동안 영화나 가상(시뮬레이션)으로 보았던 것보다

선명하지 않았고 솔직히 약간 시시해 보였습니다.

 

잎만 무성한 무화과나무처럼 가짜는 화려하게 꾸미지만,

진품은 시시해 보여도 가치가 있다는 것입니다.

때로는 상상이 실제보다 더 멋있고 화려할 때도 있습니다.

현실을 살다 보면 시시할 수 있는데, 거기서 의미를 찾는 것이 일상의 신앙입니다.

 

2) 블랙홀 망원경 이름이 블랙홀의 경계선을 뜻하는 <사건 지평/Event Horizon>이었는데

망원경 프로젝트를 지휘했던 과학자가 다음과 같이 말했답니다:

“우리는 볼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을 보았습니다.

We have seen what we thought was unseeable.”

 

제가 목사여서 그런지

히브리서 11장 1절 말씀이 생각났습니다:

믿음은 바라는 것들의 실상이요 보이지 않는 것들의 증거니

Now faith is the assurance of things hoped for, the conviction of things not seen.(Heb 11:1)

 

블랙홀이 신비에 그칠 줄 알았는데 이번에 사진으로  확인했듯이

하나님을 향한 우리의 믿음, 하나님께서 약속하신 모든 것들,

우리가 바라는 것들이 실상이 되고 증거가 되는 날이 올 것도 믿습니다.

블랙홀 사진에 비할 데 없는 신비, 경탄, 경외, 그리고 찬양의 순간이 우리 앞에 있음을 믿습니다.

 

3) 무엇보다, 우리는 창조주 하나님을 믿고 고백합니다.

블랙홀도 만드시고 운행하시는 분이 하나님이시니

우리가 믿는 하나님의 지혜가 얼마나 높고

하나님의 능력과 역사하심이 얼마나 넓고 영원한 지 다시금 깨닫습니다.

인터스텔라 영화에서 5차원을 언급하는 대목이 있었던 것 같은데,

하나님의 영원하심은 그 모든 것을 포함하고도 남겠지요.

 

3.

사순절 마지막 주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다음 주는 고난주간이고 곧 부활절을 맞습니다.

 

부활의 신비를 우리 눈으로 보고 경험할 때가 올 것입니다.

기대를 갖고 부활절을 맞고, 하나님께서 주시는 생명을 귀하게 간직하기 원합니다.

 

현대 과학에 비하면 너무 순수해 보이지만

당시로써는 최고의 과학적 지식을 동원해서

창조주 하나님과 자신의 관계를 고백했던 시편 기자가 생각납니다:

 

주의 손가락으로 만드신 주의 하늘과 주께서 베풀어 두신 달과 별들을 내가 보오니

사람이 무엇이기에 주께서 그를 생각하시며 인자가 무엇이기에 주께서 그를 돌보시나이까 (시편 8:3-4)

When I look at your heavens, the work of your fingers, the moon and the stars, which you have set in place,

what is man that you are mindful of him, and the son of man that you care for him? (Psalms 8:3-4)

 

하나님 아버지,

우주 만물을 창조하신 하나님을 찬양하고 경외합니다.

그 하나님께서 이 시간 우리와 함께하시니 감사할 뿐입니다.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하목사 드림.

(2019. 4. 11이-메일 목회 서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