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르담의 66분

1.

지난 월요일 아침에 눈을 뜨자

파리의 노트르담 성당에 화재가 발생했다는 속보가 뜨기 시작했습니다.

작년에 우리 지역에서 산불이 나서 수많은 피해를 냈고

얼마 전에는 한국도 산불이 났었기에 관심을 갖고 뉴스를 검색했습니다.

 

무엇보다 노트르담 성당은 850년이나 된 건물로

일 년에 천삼백만명이 찾는 인류의 유산이기에 마음이 아팠습니다.

종탑은 무너져 내렸지만,

성당에 있는 두 개의 탑은 물론 기본 구조물은 보존이 되었다니 다행입니다.

 

화요일 AP통신에서는

화재가 발생하고 처음 66분 동안 긴박했던 상황을 보도했습니다.

 

6:20PM, 화재 경보가 처음 울릴 당시에

성당 안에는 사제들과 미사를 드리는 신도들, 관광객 등 수백명이 있었습니다.

갑작스러운 화재 경보에 당황했지만, 침착하게 뒤쪽 문을 통해서 불과 몇 분 만에 모두 빠져나와서

불길이 종탑으로 번지는 등 화재가 본격화될 때 성당에 아무도 없었습니다.

 

6:43PM, 대피는 했지만 두 번째 화재경보가 울리면서 화재를 실감했고

소방관들이 성당에 모이기 시작했습니다.

맞은편 청사에서 근무하던 파리 시장도 현장으로 달려왔습니다.

시민들과 관광객들이 충격에 울음을 터뜨리고,

어떤 이들은 침착하게 성가를 부르면서 화재가 진압되길 기도했습니다.

 

소방관들은 성당에 있던 귀중한 유물들을 챙겨 나왔습니다.

그 가운데 하나가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달리실 때 쓰셨다고 알려진 “가신 면류관”입니다.

금 가지로 장식한 것을 보면 후대에 예수님께서 쓰신 면류관을 본떠서 만들었을 텐데

주후 6세기 이전부터 전해오는 성당에서 가장 값진 유물입니다.

소방관들이 목숨을 걸고 인간 띠를 만들어서 구했답니다.

루이 9세가 입었다는 왕복과 성당에 있던 예술품들도 챙겼습니다.

 

사람들은 물론 유물과 예술품까지 안전하게 대피하고 나니

종탑과 지붕이 무너져 내렸답니다.

7:49PM, 그때까지 걸린 시간이 66분이었습니다. 골든 타임을 제대로 확보한 것입니다.

언제나 어디서나 그렇듯이 소방관들의 목숨 건 구조활동이 빛을 발했습니다.

 

2.

고난 주간 첫날에 들려온 화재 소식이어서 더욱더 안타까웠습니다.

고난 주간 내내 미사가 계획되었을 것이고

부활절 예배를 열심히 준비하고 있었을 텐데 그만 화재가 났습니다.

시간이 오래 걸리겠지만 가능한 한 빨리 복구가 이뤄지고

어려울수록 더욱 은혜롭고 특별한 부활절을 맞기를 바랍니다.

 

우리도 고난주간 한가운데 있습니다.

내일은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죽으신 성금요일입니다.

 

부활절을 준비하면서 우리가 과연 무엇으로 사는지 생각하기 원합니다.

 

800년 동안 한자리를 지켰고, 2차 대전도 견뎌낸 성당의 종탑과 지붕이

한 시간 남짓 만에 무너져 내렸습니다.

우리가 추구하는 것들이 그렇게 쉽게 무너져 내리는 것들은 아닌지요?

 

죽음을 이기고 부활하신 예수님을 믿는 우리에게

꼭 필요한 것, 우리가 추구할 것은 무엇인지요?

 

정말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목숨 걸고 지켜야 할 것이 무엇인지 깊이 생각하는 고난주간이길 바랍니다.

 

이를 위하여 세상에 왔나니 진리에 대하여 증언하려 함이로라.

무릇 진리에 속한 자는 음성을 듣느니라 (요한 18:37)

For this purpose I was born and for this purpose I have come into the world—

to bear witness to the truth. Everyone who is of the truth listens to my voice.(John 18:37)

 

하나님 아버지,

고난 주간을 맞아서

행여나 무너진 삶의 영역이 있다면 회복하게 하시고

길이요 진리요 생명되신 예수님을 꼭 붙들고 부활절을 맞게 하옵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하목사 드림.

(2019. 4. 18이-메일 목회 서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