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자가 십자가 (3)

– 나의 아버지, 나의 아버지

 

오늘은 예수님께서 예루살렘에 입성하신 것을 기억하는 종려 주일입니다. 예루살렘 백성들은 종려나무를 흔들면서 “호산나(이제 구원하소서)”를 외치며 왕으로 오신 예수님을 맞이했습니다. 예수님은 구약성경에서 예언한 대로 (슥9:9) 나귀 새끼를 타고 예루살렘에 들어가셨습니다. 그런데 예상과 달리  예수님은 하나님을 떠난 예루살렘을 보면서 눈물을 흘리셨습니다.

 

예루살렘에 들어가신 예수님께서는 예루살렘 성전의 장사꾼들을 내쫓고 성전의 본 모습을 회복하셨습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제자들과 예루살렘 백성들은 예수님께서 예루살렘의 종교 지도자들은 물론 로마 정권을 뒤엎고 다윗 왕권을 회복하실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예수님은 사랑하는 제자들과 마지막 만찬을 가지시고, 겟세마네 산에서 기도하신 후에 예루살렘의 종교 지도자들에게 잡히십니다. 밤새도록 심문을 받으시고 결국 로마 총독 빌라도의 판결로 십자가형에 처해 지십니다.

 

예수님께서 잡히시면서부터 예루살렘의 민심은 돌변했습니다. 종려나무를 흔들면서 예수님을 왕으로 맞이하던 예루살렘 사람들은 못된 죄인 바라바를 살려주고 예수님을 십자가에 못 박으라고 소리칩니다. 사람들의 마음이 자신의 잇속에 따라 움직이는 것을 봅니다.

 

예수님께서 십자가 죽으심과 부활을 예고하신 것을 들었던 제자들 마저 뿔뿔이 흩어졌습니다. 예수님의 어머니를 비롯해서 갈릴리에서 올라온 막달라 마리아와 몇몇 여성들만 끝까지 예수님 곁을 지켰습니다. 제 6시(정오)가 되니 온 땅에 어둠이 임했습니다. 그렇게 세 시간이 흐르자 예수님께서 크게 소리 치셨습니다: “엘리 엘리 라마 사박다니 (나의 하나님, 나의 하나님. 어찌하여 나를 버리셨나이까”(34절).

 

예수님은 십자가에서 하나님 아버지로부터 버려지는 아픔을 경험하셨습니다. 겟세마네에서 “할 수만 있다면 이 잔을 내게서 옮기시옵소서”라고 기도하신 이유를 알 것 같습니다. 예수님께서 가신 십자가의 길이 그 정도로 힘겨웠습니다. 우리 죄를 대신 지고 가신 어린 양 예수 그리스도의 처절한 모습입니다. 우리가 겪어야 할 고난을 대신 겪으신 예수님의 구속(redemption) 사역입니다.

 

예수님은 하나님으로부터 버림받은 바로 그 순간에도 “나의 하나님”이라고 기도하셨습니다. 시편 22편 말씀입니다. 하나님과의 관계를 절대로 놓치 않으셨습니다. 힘든 길을 가시지만, 그 길이 모든 사람을 살리는 길이고 부활로 이어지는 길임을 알고 계셨을 것입니다.

 

우리도 힘든 시기를 살고 있습니다. 탄식이 나옵니다. 그래도 하나님을 꼭 붙들고 가기 원합니다. 예수님께서 먼저 가신 길이니 우리도 갈 수 있다는 희망을 품고 꿋꿋하게 자기 십자가를 지고 가시는 참빛 식구들 되시기 바랍니다.-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