밋밋함

좋은 아침입니다.

 

1.

인류 역사에 기록될 만한

코로나바이러스를 경험한 세상은

예측불허, 각자도생, 일파만파입니다.

 

팬데믹 전까지 이어지던

많은 지표의 그래프가 팬데믹 동안

잡음(노이지)을 내면서 아래위로 크게 움직이더니

팬데믹이 끝난 후에는 예측불허의 결과를 낳고 있습니다.

 

미국 경제는 매우 좋은데

대기업의 강제 해고는 늘어갑니다.

세상이 뒤숭숭합니다.

 

공동체라는 개념이 많이 약해졌습니다.

우선 내가 살아남아야 합니다.

각자도생(各自圖生) – 누구도 내 삶을 책임지지 않습니다.

 

이제는 기존의 언론매체인 신문이나 공적인 방송은 힘을 잃고

유튜브나 인스타그램 같은 소셜 미디어가 대세가 되었습니다.

 

90년대 초 걸프 전쟁이 시작되었을 때,

폭탄이 터지고 총알이 오가는 전쟁터에서

생방송으로 보도하는CNN 기자가 영웅이 된 적이 있습니다.

 

지금은 어느 곳에서나 누구나

핸드폰으로 영상을 찍어서 소셜 미디어에 올립니다.

일파만파(一波萬波) – 세계의 소식이 매우 빠르게 전해집니다.

 

2.

세상이 이렇게 변화되니

새롭고, 자극적이고, 특별하고 빠른 것에 주목합니다.

 

보통의 말을 하고

보통의 일을 하는 것은 주목받지 못합니다.

그러니 점점 더 특별하고 자극적인 것을 찾고 추구할 수 밖에요.

유행에 민감한 것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엄청나게 빠르게 변하고,

동시에 꽤 많은 결과를 쏟아내는 요즘 세상에서

“천천히” “밋밋함” “쉼”과 같은 단어는 어울리지 않습니다.

그렇게 하면 경쟁에서 밀려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겠지요.

 

그런데 생각해 보면,

예수님께서 걸어가신 공생애(public life)는

요즘 세상의 트렌드와 정반대였습니다.

 

예수님은 3년의 공생애 동안 차근차근 천천히 모두 완수하셨습니다.

절대로 서둘지 않으셨습니다.

 

예수님이 하나님의 아들임을 알아보는 사람이 별로 없었으니

예수님의 사역은 매우 밋밋했습니다.

훗날, 예수님의 부활을 목격한 사도들이

예수님의 하나님 되심을 되살려서 복음서와 서신서에 기록했을 뿐입니다.

 

예수님은 틈만 나면 한적한 곳에 가셔서 기도하셨습니다.

예수님께서 하시는 사역이

아버지 하나님의 뜻인지 묻고 조율하며 자신을 돌아보셨습니다.

배 안에서 주무시면서 갈릴리 바다를 건너실 정도로

틈틈이 쉼을 가지셨습니다.

 

예수님을 믿는 것도

결코 화려한 것은 아닙니다. 밋밋한 일상입니다.

때로는 세상 풍조를 거슬러 가는 여정입니다.

그래도 뚜벅뚜벅 그 길을 가는 사람이 그리스도인입니다.

 

3.

사순절을 보내고 있습니다.

잠깐 멈춰서 우리 삶을 돌아봅시다.

하루에 4-5분이라도

삶의 액셀러레이터에서 발을 떼고

브레이크를 밟고 멈춰 봅시다.

 

예수님처럼, 하나님의 뜻을 묻고 자신을 돌아보면서

진실한 그리스도인의 삶을 살아갑시다.

 

밋밋해도 상관없습니다.

 

나의 영혼아 잠잠히 하나님만 바라라

무릇 나의 소망이 그로부터 나오는도다 (시편62:5)

 

 

하나님,

밋밋해도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길을 걷게 하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하 목사 드림.

(2024. 2. 22 이-메일 목회 서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