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분갈이

좋은 아침입니다.

 

1.

감사한 일이 있었습니다.

우리 교회로 이사 온

13년 전부터 미뤄왔던 숙제를 해결한 것입니다.

 

이웃집과 공유하는 담이

지난번 심한 바람으로 쓰러졌고

보험회사의 도움을 받아서 이웃집과 얼굴 붉히지 않고

새로운 담으로 교체하였습니다.

 

담이 워낙 낡았고

혹시 아이들이 장난치다가 넘어지면

담벼락에 다칠 위험이 있어서 염려가 되었습니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이웃집 할머니에게 함께 담을 교체하자고 요청했지만,

자기는 돈이 없으니, 우리가 알아서 하라는 말만 되풀이했습니다.

 

그런데 지난번 비바람으로

담을 교체할 수 있었으니 얼마나 감사한지요!

전화위복(轉禍爲福)이라는 말이 우리 교회에 임했습니다.

 

뒤뜰이 안전하게 정리되니

10여 년 앓던 이를 빼고 임플란트를 해 놓은 것처럼 상쾌합니다.

늘 가탈스러운 이웃집 할머니도 “하나님이 했다”면서 좋아하니

말 그대로 합력해서 선을 이루게 되었습니다.

 

2.

다른 한 가지 역시

미루고 미루던 숙제였습니다.

주일마다 강단을 장식하는 종려나무의 화분 갈이입니다.

 

강단의 종려나무는

현재 교회로 이사올 때부터 강단을 지켰습니다.

작은 종려나무 세 그루를 사서 화분 하나에 심었습니다.

지금보다 키가 훨씬 작았습니다.

 

매주 물을 주면서 정성껏 관리했더니

가지가 계속 나오고 키도 부쩍 컸습니다.

생명력이 강했습니다.

 

최근에 화분을 옮기다 보니

한쪽 화분 겉에 금이 간 것을 발견했습니다.

자칫, 화분이 쪼개질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지난 주일에 광고하니

화분 갈이의 달인들이 모여서

미뤄둔 숙제를 순식간에 해치웠습니다.

 

얼마나 개운한지요!

딱딱한 흙 속에서 뿌리를 내리고 버텨준

종려나무에게도 감사했습니다.

 

3.

새봄을 맞이하고 사순절을 지내면서,

우리 자신과 삶을 돌아보고 싶습니다.

 

살다 보면,

쉽게 할 수 있는 일인데도 차일피일 미루다 보니

오랫동안 찜찜한 상태로 지내는 것들이 종종 발생합니다.

 

우리 교회 담장 공사처럼

이웃이나 누군가의 협조가 필요한 것들이 있습니다.

그것은 때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습니다.

 

화분 갈이처럼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는데

차일피일 미루면서 쌓아 놓고 있던 것들은

날을 잡아서 깔끔하게 해결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그리고 홀가분하게

죽음을 이기고 부활하신 생명의 예수님을 맞이합시다.

 

모든 것을 품위 있게 하고 질서 있게 하라 (고전14:40)

 

하나님,

오래된 숙제를 얼른 끝낼 있는

부지런함과 지혜를 구합니다.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하 목사 드림.

(2024. 3. 14 이-메일 목회 서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