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례자의 길 (5)

겸손의 골짜기에서 마귀 아폴리온을 만났던 천로역정의 주인공 크리스천에게 또 다른 어려움이 닥칩니다. 신앙의 순례길이 고난의 좁은길임을 알 수 있습니다.

 

지난번에도 겁쟁이와 불신이 가던 길을 포기하고 돌아왔는데, 이번에도 두 사람이 크리스천이 가는 길에서 마주 달려옵니다. 앞에 죽음의 골짜기 있다는 것입니다. 크리스천도 그 길을 가면 결국 죽게 될 것이라고 겁을 줍니다. 크리스천도 겁이 났지만, 다시 망할 세상으로 되돌아갈 수 없기에 사망의 골짜기를 향해서 앞으로 나갑니다. 다윗왕도 한때 빠졌던 위험한 수렁이 왼쪽에 있습니다. 하나님을 잘 믿는 사람도 조금만 발을 헛디디면 빠질 수밖에 없는 수렁입니다.

 

조심조심 앞으로 나갑니다. 깜깜한 길입니다. 지옥의 불이 그를 향해서 달려듭니다. 크리스천은 아폴리온을 물리쳤던 검을 들고 하나님의 도움을 구하면서 앞으로 갑니다. 수많은 마귀 떼가 달려듭니다. 크리스천이“나는 주 여호와의 능하신 행적을 믿고 걸어가리라”(시71:16)는 말씀을 마귀들에게 선포하니 마귀들이 기가 죽어서 물러갑니다. 기도와 말씀에 힘이 있습니다.

 

그렇게 날이 밝고 아침이 되니 사망의 골짜기에 햇볕이 비칩니다. 날이 밝아서 사망의 골짜기를 살펴보니 곳곳에 “덫과 함정들 구렁텅이와 그물들”이 여기저기에 깔려 있었습니다. 깜깜한 어둠 속에서는 모든 것이 불확실하고 두려웠지만, 빛으로 밝아지니 손쉽게 지나갈 수 있었습니다. 빛이 중요합니다.

 

사망의 골짜기를 빠져나오니 저 앞에 혼자 순례길을 걷는 사람이 보입니다. 아름다운 집에 있던 문지기 할아버지가 말했던 사람임에 틀림없습니다. 크리스천이 앞에 가는 순례자를 따라갑니다. 그 사람은 크리스천과 같은 동네 사람이었습니다.

 

크리스천이 떠난 후에 동네에서는 앞으로 장차 망하게 될 것이라는 말이 돌았답니다. 대부분의 사람은 당장 눈앞에 있는 향락을 즐길 뿐 세상이 멸망할 것이라는 말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답니다. 도리어 길을 떠난 크리스천을 조롱했습니다. 그런데 자신은 크리스천의 뒤를 이어서 신앙의 순례길을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이 사람의 이름은 믿음(Faithful)이었습니다.

 

크리스천에게 든든한 길동무가 생겼습니다. 두 사람이 오손도손 이야기하면서 길을 걸어갑니다. 크리스천은 믿음이 어떤 길을 걸어왔는지 자세히 묻습니다. 믿음은 절망의 늪도 그냥 지나왔습니다. 대신 바람둥이(Wanton)라는 여인을 만나서 요셉이 당했던 유혹을 받았지만, 믿음으로 극복했습니다. 믿음이 걸어온 순례길은 크리스천이 왔던 길이나 만났던 사람들과 달랐습니다. 믿음의 길이 다양함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우리도 다양한 신앙의 순례길을 걷습니다. 내가 걷는 길입니다. 그 길을 기도와 말씀으로 걸어야 합니다. 믿음으로 걷는 나의 순례길입니다.-河-

순례자의 길 (4)

등에 지고 있던 무거운 짐을 십자가 아래 내려놓은 천로역정의 주인공 크리스천은 홀가분한 마음으로 하나님 나라를 향한 순례길을 다시 시작했습니다. 두루마리를 쉼터에 두고 온 것을 알지 못한 채 떠나는 길입니다.

 

맞은 편에서 허겁지겁 달려오는 겁쟁이(Timorous)와 불신(Mistrust)을 만납니다. 잔뜩 겁에 질려 있습니다. 크리스천이 반대 방향으로 거슬러 뛰어오는 이유를 물으니 구원의 길을 가면 갈수록 어려운 일이 닥쳤다는 것입니다. 조금만 더 가면 사자 두 마리가 길 가운데 누워있는데 무서워서 지나갈 수 없었답니다. 그래서 다시 장차 망할 성, 세상으로 돌아가는 중이라고 했습니다.

 

겁쟁이와 불신의 말을 들으니 크리스천에게도 두려움이 밀려왔습니다. 두려움을 없애기 위해서 품속에 있는 두루마리를 찾으니 두루마리가 없습니다. 이제서 두루마리를 잃어버린 것을 알게 된 것입니다. 당황한 크리스천이 어쩔 줄 모르다가 깊은 잠에 빠졌던 쉼터로 다시 향합니다. 왔던 길을 살피면서 쉼터에 도착하니 잠을 자던 의자 밑에 두루마리가 떨어져 있습니다. 비록 순례길은 지체가 되었지만, 두루마리를 찾았으니 감사할 뿐입니다.

 

날이 어두웠습니다. 겁쟁이와 불신이 말했던 사자가 있는 지점도 가까워져 옵니다. 사자에게 몸이 찢겨 죽을 수 있다는 두려움이 밀려옵니다. 그때 눈을 들어보니 저 멀리 길옆에 궁전같이 웅장한 집이 보입니다. 그곳에서 하룻밤 묶고 갈 생각으로 다가가니 문지기가 그를 맞아주면서 사자를 두려워하지 말라고 알려줍니다. 사자들은 묶여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고 보니 겁쟁이와 불신은 사자가 묶여 있는 것을 몰라서 돌아간 것입니다. 크리스천은 가뿐하게 묶인 사자 옆을 지나서 아름다운 궁전에 도착했습니다.

 

신중(Discretion), 분별(Prudence), 경건(Piety), 자애(Charity)라는 여성들이 크리스천을 반겨줍니다. 크리스천이 지금까지 어떤 길을 지나왔고 누구를 만났으며 무엇을 경험했는지 묻습니다. 밤이 늦도록 그 집의 여성들과 크리스천이 대화를 나누고, 잠잘 시간이 되었는데 평화(Peace)라는 방을 숙소로 제공해 줍니다. 언덕길에 있던 쉼터와 비교할 수 없게 편안한 곳입니다. 알고 보니 그 집의 주인은 예수님이셨습니다. 오늘날의 교회를 뜻합니다.

 

아침이 되니 길을 떠나는 크리스천에게 전신 갑주를 입혀줍니다. 이어서 겸손의 골짜기가 나오는데 맨 밑으로 내려가니 아폴리온(Apollyon)이라는 추하게 생긴 괴물이 크리스천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크리스천은 아폴리온과의 격렬한 전투로 온몸이 피와 땀으로 범벅이 되었지만, 결국 승리합니다. 지옥의 사자 아폴리온을 물리쳤으니 크리스천이 가는 길을 가로막을 악한 세력은 더 이상 없을 것 같습니다. “이 모든 일에 우리를 사랑하시는 이로 말미암아 우리가 넉넉히 이기느니라”(롬8:37). 할렐루야! -河-

순례자의 길 (3)

하나님 나라를 향해서 순례길을 떠난 크리스천이 절망의 늪을 지나고, 세상의 지혜로 유혹하는 손길도 뛰어넘고, 해석자의 집에 들어가서 앞으로 가야 할 길에 대해서 배우고 깨달았습니다. 무작정 떠난 길이었는데 그 길이 무슨 의미가 있으며 그 끝에 무엇이 기다리고 있는지 자세한 설명을 들으니 자신감과 확신을 얻게 되었습니다.

 

다시 순례길을 시작합니다. 무거운 짐을 등에 지고 언덕길을 올라갑니다. 다행히 길옆에 울타리가 쳐져 있어서 곧게 올라갈 수 있었는데 그 울타리 이름은 구원(salvation)이었습니다. 구원의 길을 걷고 있는 것입니다. 끝까지 올라가니 그 위에 십자가가 서 있고, 조금 떨어진 곳에는 열린 무덤이 있었습니다.

 

크리스천이 십자가를 향해서 올라가는 순간, 매고 있던 짐이 저절로 풀어져서 굴러 떨어졌습니다. 비로소 지고 가던 모든 짐을 내려놓게 된 것입니다. 홀가분해졌습니다. 감격의 눈물이 두 뺨을 흘러내리고, 크리스천은 주체할 수 없이 기뻐합니다. 십자가의 은혜를 체험한 것입니다.

 

그때 얼굴에서 빛이 나는 세 사람이 크리스천을 찾아옵니다. 첫째 사람이 “당신의 죄는 사함 받았습니다”고 말하고, 둘째 사람은 크리스천이 입고 있던 더러운 옷을 벗기고 깨끗한 새 옷을 갈아입혀 주었습니다. 셋째 사람은 이마에 표를 달아주고 두루마리 하나를 건네주었습니다. 힘들 때마다 두루마리를 읽으며 위로와 힘을 얻으랍니다. 천국문에 도착했을 때 두루마리를 보여주라고 말하고는 세 사람이 떠납니다. 이제 손색이 없는 크리스천이 되었습니다.

 

크리스천이 다시 길을 떠납니다. 발목에 쇠고랑을 찬 채로 누워 잠을 자고 있는 천박(simple), 나태(sloth), 거만(presumption)을 만나서 얼른 일어나서 함께 순례길을 가자고 제안하지만, 세 사람은 꼼짝하지 않고 잠만 잡니다. 허례(Formalist)와 위선(Hypocrisy)과 마주치는데 이들은 담을 넘어서 순례길에 들어선 사람들입니다. 겉만 번드레할 뿐 진실함이 없습니다.

 

크리스천 앞에 고난의 산길이 닥칩니다. 믿음과 은혜로 걷는 길이지만, 여전히 어려움이 있습니다. 크리스천이 손과 무릎으로 기어 올라가고 있는데 아담한 쉼터가 나옵니다. 고난의 산에 올라오는 사람들이 쉬면서 힘을 얻는 곳입니다. 크리스천이 두루마리를 꺼내 읽으면서 위로를 얻습니다. 그런데 잠시 쉬다가 그만 깊은 잠에 빠졌습니다. 고난의 여정에 지쳤는지 신앙의 끈을 놓쳤습니다. 게다가 두루마리까지 놓고 길을 떠납니다. 안타깝습니다.

 

크리스천이 걷는 순례길에 그를 유혹하는 세력이 계속 등장하지만, 꿋꿋하게 걸어갑니다. 십자가의 은혜를 경험한 것이 크리스천에게 큰 힘입니다. 하지만 구원의 여정이 쉽지 않습니다. 다음 한 주간, 주어진 순례길을 뚜벅뚜벅 걸어가실 참빛 식구들을 응원합니다.-河-

순례자의 길 (2)

<장망성> 장차 망할 성을 떠나서 천국을 향하는 크리스천의 여정이 드디어 시작되었습니다. 부인과 가족들은 크리스천의 설득에도 그대로 남았습니다. 소문을 들은 동네 사람들이 모두 나와서 비웃기도 하고 헛된 여행하지 말라고 겁을 줍니다. 크리스천은 성경을 통해서 받은 확신을 굽히지 않고 “생명, 생명, 영원한 생명”을 외치면서 길을 떠납니다.

 

고집쟁이(obstinate)와 유약한 온순(Pliable)이 크리스천을 따라 나섭니다. 고집쟁이는 크리스천이 집을 떠나는 이유를 알고 싶었고, 온순은 일종의 동정심으로 따라 나섰습니다. 고집쟁이는 크리스천이 향하는 곳이 좁은 길이라는 말을 듣고 일찍이 집으로 돌아갑니다. 온순은 크리스천과 정답게 대화를 나누면서 길을 걷다가 갑자기 나타난 절망의 늪에 빠집니다. 세상의 모든 두려움, 의심, 절망이 모인 늪에 빠진 온순씨는 겁에 질려서 곧장 집으로 돌아갑니다.

 

크리스천 역시 지고 있던 무거운 짐때문에 절망의 늪에서 허우적대고 있을 때, 도움(Help)이 나타나서 그를 구출해줍니다. 동네 친구였던 고집쟁이와 온순은 중간에 집으로 돌아갔고, 크리스천 혼자서 평원을 걷게 되었습니다. 그때 세속 현자(Mr. Worldly Wiseman)를 만납니다. 세속 현자는 하나님을 믿는 것을 어리석게 여깁니다. 그보다 율법을 지키고 도덕을 따라 예의 있게 살면 크리스천이 찾으려는 행복을 쟁취할 수 있다고 유혹합니다.

 

세속 현자의 말에 설득 당한 크리스천이 세상에서 최고로 현명하고 정직하다는 사람을 찾아가는데, 그 집을 향하는 언덕이 가파르고 커다란 바위와 깊은 골짜기가 있어서 도저히 접근할 수 없습니다. 율법과 세상의 도덕을 따라갔다가 영원한 생명을 얻기는 커녕 죽을 뻔했습니다. 그때 처음 만났던 전도자가 찾아와서 잠시 한눈을 팔았던 크리스천에게 좁은 문으로 들어가길 부탁합니다.

 

좁은 문에 도착하니 선의(good-will)라는 분이 크리스천을 반기면서 구원의 장소에 이를 때까지 곧게 나 있는 좁은 길을 따라 갈 것을 부탁합니다. 조금 더 가면 해석자(Interpreter)의 집에 이를 것이고 앞으로 갈 길을 자세히 알려줄 것이랍니다. 크리스천이 해석자의 집에 도착합니다. 해석자는 자기 집의 방들을 보여주면서 친절하게 크리스천을 안내합니다.

 

율법이나 세상의 도덕으로 의롭게 될 수 없습니다. 그러면 짊어지고 있는 짐이 점점 무거워질 것입니다. 복음이 필요합니다. 욕망을 따라 살아도 절대로 천국에 가지 못합니다. 끝까지 참고 인내해야 합니다. 마귀는 은총의 불을 끌려고 애를 쓰지만 예수님께서 계속 기름을 부어 주십니다. 중간에 복음을 내버리고 자기 욕망을 따라 산 사람들은 결국 지옥과 같은 깜깜한 방에 갇히게 됩니다.

 

그동안의 길은 물론 앞으로 가야할 길을 자세히 설명하고 해석해 주니 힘들어도 다시 순례길을 걸어갈 희망과 힘이 생겼습니다. 크리스천이 다시 길을 떠납니다.-河-

순례자의 길 (1)

앞으로 두 달여 존 번연의 <천로역정>(天路歷程 The Pilgrim’s progress)의 중요한 내용을 살펴보면서 우리의 신앙을 점검하고 새롭게 하려고 합니다. 존 번연(1628-1688)은 영국의 작은 마을에서 땜장이의 아들로 태어났습니다. 가난한 가정 환경 탓에 간단한 초등교육만 마치고  16세에 군대에 갔다 온 후에는 아버지를 따라서 땜장이로 생계를 유지했습니다. 음악을 좋아하던 존 번연은 대장간의 쇠로 바이올린을, 의자 다리를 깎아서 플룻을 만들 정도로 손재주가 좋았습니다.

 

 

존 번연은 두 번 결혼했습니다. 첫 번째 부인 역시 가난해서 단지 책 두 권을 갖고 시집왔는데 번연이 그 책을 읽고 기독교인으로 회심합니다. 26세가 되었을 때  고향 근처 베드퍼드에서 목회하던 침례교 목사 존 기포드(John Gifford)를 찾아가서 상담한 후에 평신도 설교가가 됩니다. 당시는 영국 국교회 외에 다른 교회를  허락하지 않았기에  존 번연은 두 번 감옥에 갇혔습니다. 천로역정은 감옥에서 쓴 작품입니다. 번연은 평생 목사와 작가로 살았습니다.

 

 

존 번연의 천로역정이 1695년에 출판되면서 영국은 물론 각 나라 말로 번역되었고, 성경 다음으로 애독하는 기독교 고전이 되었습니다. 우리 말 <천로역정>은 구한말 캐나다 선교사 게일이 붙인 제목으로 “천국으로 가는 사람들의 지나는 길”이라는 뜻입니다. 1895년에 게일에 의해서 한글로 번역된 <텬로력뎡>은 한글로 번역된 최초의 영어 소설이 되었고 우리나라 초기 기독교에 큰 영향을 끼쳤습니다.

 

 

등장인물은 물론 장소까지 우의적(allegorical) 기법을 사용합니다. 주인공 크리스천과 여러 등장 인물의 이름과 그들의 속성이 조화를 이룹니다. 훗날 존 번연의 천로역정은 문학에도 영향을 끼쳐서 유명한 작가들이 천로역정의 우의적 기법, 순서, 내용을 인용했습니다. C. S 루이스는 자신이 예수님을 믿게 된 여정을 회고하는 작품(The pilgrim’s regress)을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천로역정은 모든 것을 알고 있는 해설자의 꿈으로 시작됩니다. 해설자가 세상의 황폐한 광야를 돌아다니다가 굴에 들어가서 깜빡 꿈을 꾸었는데 크리스천이라는 주인공이 하나님이 계신 천국을 향해서 가는 여정을 꿈속에서 보았고 그것을 기록한 것입니다.

 

 

허름한 옷을 입은 한 남자가 무거운 짐을 등에 지고 손에 책 한 권을 들고 있습니다. 주인공 크리스천입니다. 손에 들고 있던 성경을 읽고 자기가 살고 있는 세상이 곧 망할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사람들은 먹고 마시며 즐기지만, 크리스찬은 더 이상 장차 망할 세상에 있을 수 없습니다. 그때 전도자가 찾아와서 멀리 보이는 빛을 따라서 좁은 문으로 가면 구원받을 수 있다고 알려줍니다. 천로역정은 그렇게 시작됩니다. “내가 어떻게 하여야 구원을 얻을 수 있을까”(행 16:30-31)가 천로역정의 큰 주제요 화두입니다.-河-